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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시대가 소환하고 보상이 응답하다

김현진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그 사람은 돈 때문에 거기에 다녀.”

어떤 사람에 대해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말 자체에 부정적 평가가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만 놓고 봐도 사람들은 일에서 좋은 의미를 찾는 것이 즐겁고, 가치 있는 행동이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리 슈워츠 미국 스워스모어대 교수는 일의 동기와 의미를 탐구한 저서 『우리는 왜 일하는가』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일터의 시스템 탓에 변화한다고 주장합니다. 보상 규칙과 인센티브란 금전적 가치가 노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다 보니 오로지 돈이 노동의 목적이 되는 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성과에 입각한 금전적 보상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고, 업무를 촉진한다고 보는 연구도 수없이 존재합니다. 적절한 보상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연구들입니다.

기업이 탄생한 이후부터 업무 평가, 그리고 그와 연동된 보상 이슈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단골 연구 주제로 쓰여 왔습니다. 그리고 2021년.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성과급이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현대차,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에서 기업 실적 대비 성과급, 임원 대비 평사원의 보상 규모 등을 문제 삼으며 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MZ세대 직원들을 주축으로 불거진 것입니다.

경기 침체기에 자라나 ‘단군 아래 부모보다 잘살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됐고,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까지 치열한 수행 평가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입증해야 했던 MZ세대에게 공정성이란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눈에 공정하지 못한 보상 체계가 공개 소환되기에 이르렀던 겁니다.

이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에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첫 번째 솔루션은 투명성과 소통입니다. 이들이 블라인드와 같은 회사 외부 플랫폼을 찾기 전에 조직 내 솔직한 소통 창구를 만들고, 회사 측에 다소 불리한 내용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해 앞으로의 개선 의지를 밝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돈은 인간을 추동할 수 없다”는 슈워츠 교수의 결론처럼 MZ세대 직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반드시 금전적 보상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다양한 설문 조사에서 MZ세대는 회사가 자신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는지, 하려는 일에 자율성을 부여하는지 등 비금전적 요소를 좀 더 중요한 가치로 꼽고 있습니다.

특히 인재 하나하나가 회사의 흥망성쇠에 직결되는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금을 무리하게 지출하면서까지 금전적 보상으로 인재를 끌어오려는 전략은 지양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연금 같은 존재인 대기업 대신 복권 같은 스타트업을 택해 커리어를 베팅한 인재에 대한 보상은 ‘성장하는 기회’ 자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페이스북의 초창기 시절 조직문화를 이끌었던 몰리 그레이엄이 “신규 입사자와 급여나 지분으로 협상을 하다 보면 협상을 잘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몰아주게 된다. 하지만 협상을 잘하는 직원이 업무에서도 우수한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말에도 교훈이 숨겨져 있습니다.

금전적 보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공정성은 시대적 가치입니다.따라서 직원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지점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피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는 총보상 개념에는 연봉이나 보너스 외에 교육 프로그램, 직무 순환 및 성장 기회, 유연 근무 정책 등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유념해 다양한 관점에서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지는 시대라지만 일을 그저 생업(job)이 아닌 소명(calling)으로 여기고 일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꾀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10배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핵심 인재입니다. 시대가 소환한 보상 체제 개선에 응답해 인재를 잡기 위한 현명한 전략 설계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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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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