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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심리 변화 양상과 대응책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려워… 극한 상황에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여준상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극한 환경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에서 기본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극한 환경에서 고객의 심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불확실성에 우연 좇기(luck-seeking)
2) 억압에서 벗어나려 다양성 좇기(variety-seeking)
3) 낮아진 자존감에 희소성 좇기(scarcity-seeking)
4) 복잡함에 전능자 좇기(almighty-seeking)

요즘 우리 사회가 겪는 경험 중에는 이전에 보고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많다. 생산하고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뿐만 아니라 사용하고 소비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급속도로 바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만, 우리 기업만 그렇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모든 사람이, 모든 기업이 겪고 있는 그야말로 극한 환경이 상시적인 시대다.

극한 환경이라는 것은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낯선 환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생각, 사고방식, 관점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은 고착화된 버릇 같아서 새로운 환경에 답을 내지 못하고 방해만 될 뿐이다. 기존 관점을 완전히 버리고 전혀 다른 생각지 못한 발상을 내놓아야 극한 환경을 헤쳐갈 수 있다.



극한 환경에서는 기본을 생각해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존과 다른 생각지 못한 발상은 ‘가장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이란 ‘basic’, 즉 모든 발전과 전개의 시작점인 기초를 얘기한다. 다른 말로는 ‘본질(essential)’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결과든 그 결과가 나오는 데는 시작점이 있다. 그 시작점이 진정한 기초, 즉, 본질을 담고 있지 못하면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된다. 화려하게 지었지만 기초 부실로 인해 나중에 무너지고 마는 ‘모래 위의 화려한 누각’과 같다.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수많은 발상은 기본이 아니라 기본 위에 화려한 무늬가 더해진 변형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생겨나면서, 경쟁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자 무리하게 힘주는 과정에서, 우리의 시작점은 기본이 아니라 이미 기본 위에 많은 포장과 옷 입힘, 임기응변이 더 해진 ‘비(非)기본’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로크시대에 반발로 고전주의가 나타난 것은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포장과 기교로 넘쳐나던 보여주기식의 바로크시대 음악은 너무 많이 가버렸고 그래서 음악의 본질을 찾기 힘들다는 반성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고전주의가 태동한 것이다. 음악 본성, 본질을 찾자는 고전주의는 지금까지도 음악의 기본이 되고 있는 모차르트, 베토벤이라는 걸출한 음악가를 낳았고 그 영향이 후대에 이어지고 있다. 운동에도 기본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골프를 비롯해 공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에는 회전이라는 단순한 기본 메커니즘이 있다. 하지만 더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이 들어가고 더 멋있게 보이겠다는 기교가 들어가면 회전이라는 단순한 기본이 무너진다. 극한 상황에서 더욱 잘해보고자 힘을 바짝 넣고 상대를 의식하면 기본은 더 무너진다. 반면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간결하지만 정확한 회전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 흔들림 없이 지나갈 수 있다.

극한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간 나머지 기본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야 한다. 현재 나의 마케팅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군살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약점을 커버하고자 너무 화려한 옷을 켜켜이 입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가볍게, 간결하게, 날씬하게 스윙해야 하는 상황에 억지로 스윙해 헛스윙이나 파울로 물러나는 건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

마케팅의 기본은 우리에게 값어치를 느껴 지갑을 여는 소비자, 즉, 고객에게 있다.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늘 찾고 발견해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고객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늘 질문해야 한다. 마케터는 가만히 있으면 제공자 관점으로 가게 된다. 특히 지금 같은 극한 환경에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기본에 대한 예외를 만들면서 상황과 타협한다. 자기정당화를 해가면서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비(非)기본’으로 가고 만다. 마케팅은 철저히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소비하는 고객 입장으로 가야 한다. B2B 기업의 경우 당장 부품이나 설비를 사가는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그 기업 고객의 고객인 최종 소비자가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 무엇인지 늘 탐지하고 그 값어치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나에게는 고객이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마케팅의 대명제다. 고객이 원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며, 현재 내가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고객으로부터 그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비록 나에게 어려움과 제약이 따를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거기에 답이 있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두 기업으로부터 우리는 ‘한계 상황에서도 고객이 답이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기본을 찾을 수 있다.



고객이 원한다면 위협요인을 기회요인으로 봐야

‘사막에서 낙농업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부분은 생산자, 제공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왜 하는 거야’ 하면서 현실적 제약 요인으로 부정적 답을 할 것이다. 중동에서 낙농을 일으켜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는 ‘알마라이’는 반대로 갔다. ‘고객이 원하면 기회가 있을 거야’는 생각으로 중동에 낙농시설을 만들어 신선한 유제품을 공급하면서 중동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동의 기후는 낙농업에 있어 극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 환경을 고객 관점에서 오히려 기회로 보고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많은 중동 국가에서 낙농제품 수요가 많아지는데 현지 기반의 신선한 낙농제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에 알마라이는 신선한 냉장 유제품을 원하는 중동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지향성을 발휘했다. 그래서 비록 사막의 불모지이지만 수요 많은 대도시 인근에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두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신선한 유제품의 빠른 만남이라는 소비자 가치를 실현했다.



마케팅 환경 분석 시 많이 사용하는 SWOT 분석에서 O(opportunity)와 T(threat)를 분리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기회와 위협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동시에 볼 필요성이 있다.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별도로 분석하기보다는 어느 한 이슈에 대해 기회로 볼 수도 있고 위협으로 볼 수도 있다는 시각이 필요하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낙농업은 힘들다는 위협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 경쟁이 없다는 기회적 해석도 가능하다. 위기와 기회는 한 몸이다. 한쪽으로 보면 위기지만 다른 쪽으로 보면 기회이기도 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환경적으로 위기, 위협일지라도 그것을 기회로 보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같은 한계 상황에 더 절실히 요구된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기업의 핵심 사업을 전기제품제조에서 에너지관리 솔루션으로 바꾼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회사는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세계 경제 침체와 함께 단순 전기하드웨어 제조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쳐 있었다. 이때 고객사들이 슈나이더일렉트릭에 “전기 시스템을 자동화해줄 수는 없나요?” “전기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싶어요” “전기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만들어 주세요” 등의 요구를 해왔고 회사는 이를 그냥 흘려듣지 않고 에너지 관리 분야에 진출을 결정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고객 요구를 민첩하게 받아들여 하드웨어기업이 아닌 효율적 에너지 관리를 실현해주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대 혁신이 이뤄졌다. 기업이 변신을 통해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시점은 바로 한계 상황에 처한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때다. 어려울 때일수록 내부만 바라보고 안으로 잦아들지 말고 같이 어려워하는 바깥 고객에게서 답을 찾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업의 기초를 회복하고 본질을 찾을 수 있다.



부정을 부정하는 역발상이 필요

최근의 경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매 순간 위기라고 봐야 한다. 상시적 위기상황을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매 순간 다가오는 위기를 매 순간 기회로 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편해지려 하면 퇴화하고 만다. 모든 혁신은 고난, 어려움, 위기에서 탄생한다. 역사적으로 인류 문명을 바꾼 획기적 혁신은 모두 위기 상황에서 나타났다. 위기가 닥쳐야 절실함에 혁신이 일어난다. 이제는 위기가 매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매번 기회로 보고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긍정을 부정하는 것을 잘한다. 좋은 것, 잘된 것을 깎아내리고 폄하하고 비판하는 것에는 능하다. 하지만 부정을 긍정하는 것은 잘 못 한다. 나쁜 것, 안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건 잘 못 한다. 자신의 위기를 받아들이고 자기 약점을 긍정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극한 상황을 긍정으로 바꾸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사막에서 낙농업은 안 된다. 고객사가 어려우니 나도 어렵다’라는 부정을 부정하고 긍정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모두 다 긍정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역발상이겠지만 당연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역발상이 훨씬 파괴적이다. 부정성에 먼저 초점을 두는 인간 본성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이라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고객이 바라는 것이면 된다고 긍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이, 최종 소비자가 원하면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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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에서의 소비자 심리

그렇다면 요즘 같은 극한 환경에 내몰린 고객, 소비자들의 행동과 심리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사회 전체적으로 극한 환경에 내몰리는 현실 속에서 개별 소비자와 고객은 자신의 현재 삶,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기업 못지않게 혼란스럽고, 불확실하고, 불편하다. 거기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극한 환경일수록 사람의 마음에서 시대적 본질을 찾고 거기에 대응하는 기업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발표된 많은 실험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의 소비자 심리 키워드 몇 개를 뽑을 수 있다.

1. 불확실성에 우연 좇기(luck-seeking)

최근 발표된 몇몇 해외 연구를 보면 불확실한 환경에 내몰릴수록 사람들은 ‘운(luck)’을 좇고 거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극한 상황이 우연을 기대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삶이 팍팍해지면 점집을 찾고 사주를 보는 사람이 많다’ ‘불황일수록 사행산업이 뜬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마트폰에 빠진 좀비 같다고 해서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이 스몸비 중에는 게임에 빠진 사람이 많다. 게임은 왜 사람을 빠져들게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운, 우연이라는 확률적 요소가 작동하기에 자꾸 도전하고 빠지게 한다. 마치 확률게임과 같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무슨 일에 운이 7할이고 재주가 3할이라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실력도 필요하지만 실력으로만 결론나지 않는, 즉 불확실성에 따르는 운이 최종 결과를 만들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내일 들어가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음에 하면 내게 운이 올 것 같은 낙관적 예상에 계속 앱 버튼을 클릭하게 된다.


이처럼 운, 우연이라는 요소를 긍정적 관점에서 마케팅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도박과 같이 사행성이 강하면 문제가 되지만 운, 우연, 행운이라는 것을 고객의 경험 과정 속에 긍정적으로 녹여내면 자사 상품, 비즈니스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우연마케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 장소, 상황에서 우연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가라앉은 마음에 우연한 행운을 만나면 삶의 활력소가 되고 기쁨을 가져다준다. 우리 브랜드가,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런 주인공이 된다면 극한 상황에 지친 고객과 소비자 마음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스타벅스에 가 보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발견된다. 그중 하나로 행운의 쿠폰을 들 수 있다. 스타벅스 계산대 앞에서 계산하다 보면 우연한 쿠폰을 종종 제공받는다. 작지만 소소한 감동을 주는 예상 밖 우연의 기쁨이다. 우연마케팅을 너무 요란하게 하면 안 된다. 기업이 덤 주는 것을 생색내기로 가면 오히려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생색내고 요란하게 가면 자칫 사행적으로 보일 수 있다. 우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주객전도가 생겨선 안 된다. 운, 우연, 행운마케팅은 그저 고객을 종종 기쁘게 만드는 활력소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객이 전도돼 행운마케팅이 목적이 되면 그 비즈니스는 사행업으로 변질되고 사회의 눈총을 받게 된다.

2. 억압에서 벗어나려 다양성 좇기(variety-seeking)

사람들이 제약을 받으면 다양성 추구 경향이 커짐을 밝힌 최근 실험이 있다. 평소와 다른 좁은 공간에 머물게 했더니 평소와 같은 공간이 있던 집단에 비해 더 다양한 초콜릿을 선택하는 행동을 보였다. 환경을 불리하게, 부정적으로, 나쁘게 몰아가면, 그 속에 있는 인간은 눌린 억압으로부터 반발해 평소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찾으려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소비 패턴을 보면 이와 유사하게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다. 무겁고 큰 부피로 부담 가는 것보다 작고 가벼워서 부담 적은 아이템을 다양하게 회전시키며 구매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요즘 시대를 대표하는 가성비 소비는 가벼운 가격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미 그 소비 자체가 가벼운 느낌을 주며 다양성 추구를 함축하고 있다. 구매자로서, 소비자로서 무겁게 가기에는 위험이 너무 많은 시대다. 트렌드가 너무 빨리, 자주 바뀐다. 그리고 기술 발달로 뒤돌아서면 더 좋은 제품이 금방 등장한다. 트렌드와 기술 발전을 따라가면서 온전히 누리려면 소비자, 구매자는 가볍게 가야만 한다. 합리적 가격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소비는 가볍고, 빠르고, 젊고, 다양한 소비다. 한마디로 ‘팝업적 가성비 소비(금방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가벼운 소비의 연속)’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자의 눈을 더 이상 끌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다양성을 꿈꾸는 소비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회가 많다. 다양성 추구의 원천은 다양하다. 컬러의 차별화가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다양성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컬러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컬러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해 소비자의 억압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착한 컬러(good color)’ 개발과 재미난 컬러브랜딩이 가능하다.

극한 환경의 소비자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 그것이 가벼울수록 좋다.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그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찾고자 하기에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다양성 발굴에 나서야 한다. 무거운 다양성이 아니라 가벼운 다양성이다. 어느 하나가 히트했다고 그것을 훈장으로 여기고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자신의 울타리 속에서 다양성을 찾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가벼운 변신을 자주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하려면 그 기업 내부의 모든 조직과 시스템이 젊고, 가볍고, 빠르고, 다양하게 가야 한다. 그것이 극한 환경에 억눌린 소비자, 구매자의 자유를 회복시켜주면서 기업에도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3. 낮아진 자존감에 희소성 좇기(scarcity-seeking)

물건을 구하기 힘들어 희소성이 올라가면 그 물건의 매력 또한 커진다는 것이 희소성 이론의 핵심이다. 자연적 희소성도 있지만 의도적 제한, 제약, 금지가 그 대상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인위적 희소성도 있다. 희소성은 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가?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사회적 비교를 통한 자신의 존재감 상승, 즉 독특함을 통해 나 자신을 상징화할 수 있는 혜택이 존재한다.

최근 들어 격변하는 사회 환경은 사람들의 자존감을 계속 낮추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고자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성을 높이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을 찾아 나서고 있다. 요즘 ‘자신을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있어빌러티’ 단어 등장, 허세북, 자랑스타그램이라는 SNS를 풍자하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극한 경쟁 환경에서 저마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부각시켜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희소한 것만큼 돋보이는 건 없다. 한정판이어서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장소에, 한정된 자격에만 구입 가능하다는 것은 나만의 독특성을 가져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 자신만의 차별을 통한 자존감 상승과 희소성은 강력하게 연관돼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상처받고 힘든 자신에게 위로를 주는 방법으로 희소성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희소성의 성격이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희소성은 높은 가격과 같이 범접하기 힘든 수단으로 마치 철옹성을 쌓듯 접근을 차단하는 ‘사치적 희소성’이 주류를 이뤘다. 정보나 자원의 한계와 비대칭으로 인해 희소성이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쉽고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사치적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 과거보다 정보나 자원의 비대칭성이 약해지며 기술 발달로 인한 높은 생산성으로 양질의 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대중화, 평균화에 의해 자신의 신분지향형 사치 소비가 돋보이기 쉽지 않다. 대신 합리적 가격에 나만의 독특성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현명한 희소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처럼 가격을 높여놓는다고 희소성 효과가 무조건 담보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랜 기간의 불황, 저성장으로 소비자의 희소성 소비 접근도 바뀌고 있다. 가격 중심의 사치적 희소성에서, 독특성 추구라는 본질 중심의 현명한 희소성으로 바뀌고 있다. ‘네오희소성(neo-scarcity)’ 시대라 할 수 있다.

현명한 희소성을 통해 구매자의 자기 존재감 상승을 가져다주는 좋은 방법으로 스페셜 에디션, 즉 한정판 마케팅이 있다. 같은 가격에 독특한 디자인을 가미하거나 특정 성분이나 부품, 사이즈, 컬러 등을 투입한 한정판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가격의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계절 한정과 같은 시간 제약, 또는 공간, 자격, 조건 제약 등을 걸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스타벅스는 소비자의 독특성 추구를 통한 존재감 찾기를 가능케 하는 한정 신제품 개발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에 가면 특정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한정 메뉴에서부터 한정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한정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것을 상술적 한정으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감을 느끼고 자기 확신성을 높이는 수단을 합리적 가격에 만나게 해준다는 데서 가치를 느끼게 된다.

4. 복잡함에 전능자 좇기(almighty-seeking)

정말로 복잡다단한 시대다. 고객 입장에서는 급속히 변해가는 세상에 새로운 정보와 규칙을 일일이 업데이트하고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 구매자 입장에서는 매 순간 고민을 해야 하고 결정장애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극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정보에 극대화자(maximizer)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고 극대화자가 되려면 컴퓨터, 인공지능의 수준이 돼야 할 것 같다. 포기하고 싶고 자신의 능력 한계를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누가 나를 대신해서 A부터 Z까지 완벽히 케어하고 관리해주길 바란다. 그건 기업 고객이든, 일반 소비자든 마찬가지다.

구매자, 소비자가 단순 프로듀서(producer)를 찾는 시대는 끝났다. 단순히 어느 한 제품의 생산자를 원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상품의 단순 제조, 전달자보다는 상품 전후의 모든 과정을 꿰뚫어보고 나에게 유창한 부드러운 경험을 일관되게 가져다주는 크리에이터(creator)를 원한다. 마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전능자(almighty)를 원한다. 세상이 너무나 불확실하다. 밖에만 나가면 새로운 환경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자극과 정보에 불안하다. 나의 모든 동선과 프로세스를 다 파악하고 내가 안전하게, 편하게, 쉽게, 나의 가치를 온전히 창출하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 존재는 나의 가치창출 프로세스상에 일부분의 부분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듀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최근에 생기는 아파트들은 호텔식 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예전처럼 건설회사가 아파트 짓고 고객에게 팔면 끝나는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집뿐만 아니라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한 전능한 관리를 원한다. 누가 나를 감지하고, 나에게 필요한 가치를 매 순간 끊임없이 제공해주길 바란다. 생산, 제조자 관점을 가진 기업은 이것을 실현할 수 없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크리에이트(create)의 어원을 파고들면 공영, 즉 함께 번영하고 성장함이라는 의미가 있다. 프로듀스(produce)의 의미보다 더 진화된 개념이다. 엄청난 데이터가 쏟아지는 시대에 정보과부하에 걸려 극한 환경에 내몰린 고객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 구매자가 아니다. 그들은 단일 제품구매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맞물린 모든 소비가치사슬의 A부터 Z까지 다 관리해주는 가치를 찾는 가치소비자다. 모든 소비단계의 가치를 통합적으로 일관되게 제공해주는 완벽한 전능자 하나를 원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극한 환경에 있는 소비자, 구매자를 위해 함께 번영해간다는 마음으로 전능자가 되는 관점의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유형 제품 제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정, 신뢰와 같이 고객이 본질적으로 원하는 무형가치를 고객가치사슬 전반에 창출하는 관점 상향을 해야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운 필수소비-심리적 결핍 채우기

끝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극한 환경에 ‘자신감’이라는 키워드를 던지고 싶다. 지금 어렵지 않은 기업이 없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기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객,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를 하는 이유에는 물리적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심리적 불편에서 벗어나고자 지갑을 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금처럼 극한 환경에는 심리적 결핍을 채우기 위한 소비가 늘어난다. 이러한 심리적 결핍 채우기 소비를 무조건 사치 소비라 보는 것은 무리다. 바뀐 극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심리적 결핍 관련 소비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혹자는 ‘작은 사치’라고 에둘러 표현하는데 차라리 극한 환경에 나의 생존을 위한 필수소비라고 당당히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소비로 나의 자긍심을 키우고 심리적 만족과 함께 삶의 의미를 가져갈 수 있다면 이것을 새로운 시대에 필수소비로 봐야 할 것이다. 물리적 결핍 시대이기보다는 오히려 극한 환경으로 인한 마음의 피폐로 심리적 결핍이 많아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극한 환경에 마음의 위안과 함께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새로운 필수품인 ‘네오필수(neo-necessity) 소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제 자신의 심리 위안을 찾는 소비에 당당할 필요가 있다. 필수소비라는 관점으로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이러한 심리 위안 기반의 필수소비가 새로운 경제 활력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마음을 위해 쓰는 것을 사치재라는 색안경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껏 경험 못 한 극한 환경에 다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필수적 소비다. 극한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한 현명한 소비로 보는 관점 전환이 우리 사회의 신소비 활성화와 함께 경제 활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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