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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합리적 니즈에 의한 소비? 이젠 쾌락의 욕망이 마케팅 열쇠다

이준영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욕망은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욕망이 바뀔 수는 있지만 욕망 그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은 물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순간에도 무엇인가를 욕망합니다. 욕망이 왜 일어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해야 욕망을 정복할 수 있을지를 이해할 때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립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리포트에서는 욕망의 구조와 근원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니즈 중심에서 욕망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트렌드 속에서 욕망을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방법론도 소개했습니다. 사람들의 성격 유형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욕망 유형과 그에 맞는 대처법도 실었습니다. 이번 호 DBR을 통해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버려진 선풍기 날개에 인조 나뭇잎을 붙여 새로운 사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람을 형상화한 모습은 무정형의 형태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간의 욕망과 닮아 있다. 투명한 필름 위에 녹색의 나뭇잎들을 붙여 만든 조각물은 영원히 변치 않는 젊음을 원하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상징한다.

 

박소영 _ Wind 18x8x8, imitation leaf, object, 2007

작가_ 박소영, 코디네이터_ 윤정미, 디자인 디렉터_ 최훈석



 

편집자주

본 글은 필자의 기존 발표 논문과 자료 등을 수정, 보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마케팅의 관점이 니즈(needs) 중심에서 욕망(desire) 중심으로 전이하고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욕망에 휩싸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복합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은 소비 영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성적 합리성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적 소비자에서 감성적 욕망에 충실한 호모 콘슈멘스(Homo Cosumens)적 소비자를 전제로 하는 욕망 중심의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경제적 계산과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이고 비합리적 선택을 할 때가 더 많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감정이나 정서 등 심리적 요소들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행동의 근원적이고 심층적인 원인으로서 소비자의욕망과 같은 개념에 관심을 기울이는 연구가 많이 시도되고 있다.

 

인문학적 욕망 이론

욕망에 대한 논의는 중세철학에서 출발해 현대 심리학으로까지 이어진다. 인간이 합리적 사유와 이성적 논리에 따라 행동한다는 데카르트(Descartes)의 철학 패러다임에 대해 스피노자(Spinoza), 쇼펜하우어(Schopenhauer), 니체(Nietzsche), 프로이트(Freud), 라캉(Lacan), 푸코(Foucault), 들뢰즈(Deleuze) 등의 철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인간을 움직이는 힘으로 합리적 사유 외에 내재적 욕망에 주목했다. , 자존성(自存性)을 뜻하는 코나투스(conatus), 권력에의 의지, 성본능(性本能)인 리비도(libido), 에너지의 흐름(flow), 승인욕망(타인에게 인정받고 보다 높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욕망) 등 인간을 추동하는 힘으로서의 욕망을 다양한 모습으로 설명했다. 특히 포스트 모더니즘 등장 이후에는 인간해석의 원리가 이성과 논리 위주에서 감성과 욕망 중심으로 이동했다.

 

인간 욕망의 양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철학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요 이론을 검토해 보면 존재욕망, 성적욕망, 권력욕망, 승인욕망의 네 가지가 가장 강력하고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으로 요약된다. 먼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프롬의 헌신의 욕망 등은 인간이 자기 존재를 유지·보존하고자 하는 존재욕망으로 분류된다. 둘째, 프로이트의 리비도, 라캉의 쥬이상스(jouissance, 향락) 등은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성적욕망을 이론화한 것이다. 셋째, 니체의 권력의지, 프롬의 창조의 욕망, 아들러의 우월의 추구는 타자를 힘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권력욕망으로 분류된다. 넷째, 헤겔의인정투쟁(recognition struggle)’ 같은 이론은 타자의 승인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승인욕망으로 분류된다. (1)

 

 

유사개념과의 구별

충동과 욕망

구매충동은 감성적·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갈등상태에 있는 열정적인 소비욕망과 닮은 점이 있다. 이러한 유사점으로 인해서 소비자 관련 연구들은 욕망을 충동(impulse)이나 충동성(impulsivity)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구매 충동과 소비욕망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욕망은 특정 대상을 추구하도록 동기화돼 이것을 지속적으로 인식(cognition)하는 것을 포함하는 심리 상태인 반면(Bagozzi, 2005), 충동은 근시안(myopic)적으로 눈앞의 쾌락만을 위해 갑작스럽게 행동을 하는 경향성(: 상품자극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반응하는 충동적 행동 등)을 지칭한다. , 구매충동은 일시적(temporary)이고 즉각적(immediate)인 데 반해 소비욕망은 갈망과 인내를 포함하는 보다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개념이다(Belk, 2003).

 

필요(Need), 욕구(Want)와 욕망(Desire)

욕망과 구별해야 할 또 다른 개념으로 필요(need)와 욕구(want)가 있다. Belk(2003)는 욕망, 필요, 욕구 이 세 가지 개념을 분명히 구별했다. 우선 욕망은 개방적으로 발생하고, 욕망하는 대상이 특정적이며, 그 범주가 심리적ㆍ개인적 욕구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갖는 개념이다. , 특정 대상을 열정적(passionate)으로 갈망(longing)하는 상태다. 반면 필요는 생존이나 삶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물리적ㆍ육체적 결핍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필수품의 모습으로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욕구는 욕망과 같이 심리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행동을 유발하는 강도가 욕망보다 덜하다. 요약하면 필요는 육체적 관계에서 필수품에 대응해 발생하고, 욕구는 육체적 관계를 넘어 심리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망인 반면 욕망은 이 둘을 넘어 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하는 차원에서 열정적으로 발생한다. ( 2)

 

욕망의 특성

욕망의 분석에 있어서 중요한 특성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이다. 무의식적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특정한 소비 대상을 갈구하고 있지만 도대체 왜 그토록 원하는지 잠재의식에 침전된 의미는 알지 못한다. 프로이트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욕망의 잠재의식적 특징을 투사(projection)라는 심리기제로 분석할 수 있다.

 

소비욕망에는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이 투사돼 있다. 다시 말해 소비욕망에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열망이 내재돼 있다. , 특정물의 소비를 열망하는 소비자에게는 그 이면에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 투사돼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가 자동차의 소비를 욕망한다고 할 때 그 소비욕망은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승인 욕망의 발현일 수도 있고, 또는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내세우거나 유혹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의 발현일 수도 있다. 즉 소비욕망의 심층 의식에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 내재돼 있어서 이러한 기본적 욕망은 소비욕망을 통해 구체적ㆍ실제적으로 발현되고 투사된다. 이러한 심리적 투사기제는 <그림 1>과 같이 그려질 수 있다.

 

 

Dichter(1964)사람들이 소비물에 자신을 투사하기 때문에 상품과 상표가 인성(personality)을 가진다고 했다. , 소비에 대한 정신분석적 탐구를 통해 소비상품들에 연관된 욕망과 환상을 일종의투사체계로 분석했다. 이러한 욕망과 환상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은 소비를 통한 투사 기제로부터 출발하며 소비자의 내적 세계는 외적 세계에 대한 스스로의 투사 지각에 기초한다고 봤다.

 

투사와 동일한 맥락에서 프로이트는 전위(傳位·displacement)의 개념을 이론화했다. 전위는 인간 욕망의 근원과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 대상이 바뀌거나 에너지가 변환되는 것을 말한다(Hall, 1954). 이러한 전위는 잠재된 인간욕망의 에너지가 소비욕망으로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욕망에 대한 소비자조사

라캉이 지적한 바와 같이 욕망은 은유(metaphor)와 환유(metonymie)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 부분이 무의식적 측면을 지닌다(Widmer, 1990). 이렇게 상징적이고 무의식적인 소비욕망, 특히 그 안에 침전ㆍ내재돼 있는 인간욕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문조사나 면접방식은 적합지 않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Zaltman(2003)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자신이 왜 소비하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도 잘 모르며 이것을 능동적으로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론들이 개발됐는데 그 중 투사기법(projective technique)이 욕망의 실체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원래 정신심리학에서 사용되던 투사기법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미지, 그림, 이야기 등 특정 대상에 자신의 욕망을 투사시켜 생각해내기 어렵거나 말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잠재적인 요소들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한다. 단순히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징이나 이미지, 상상 등을 통해 내면심리에 침전된 무의식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한 방법론이다. 콜라주(collages), 심리드로잉(psycho-drawing), 상상유도(imaginative exercise, guided fantasy), 의인화(personification), 역할놀이(role playing),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동화(fairy tales) 기법, 자유 연상법(free association), ZMET 등이 대표적인 투사기법 방법론으로 꼽힌다.

 

투사기법 외에 최근 들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방법론으로는 라파이유 박사의 컬처코드 등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이 있다. 라파이유 박사는 특히문화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뇌 중에서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파충류 뇌에 각인돼 있다고 한다. 강렬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각인된다고 하는데 라파이유 박사는 사람들의 파충류 뇌에 각인된 무의식의 구조를 분석해 특징적인 컬처코드를 추출한다.

 

 

라파이유 박사의 컬처코드 연구에서는 최면유도기법 등 소비자의 잠재 무의식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림2>처럼 라파이유 박사의 컬처코드 역시 인간의 욕망은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빙산의 일각처럼 극히 일부라는 가정에 입각하고 있다. , 대부분의 욕망은 물속에 잠긴 빙산처럼 수면 아래 잠재돼 심리구조와 행동패턴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림2>처럼 표면적으로 보이는 소비자의 행동적 요소(consumer behavior)는 극히 일부이고 이 이면에는 개인적, 문화적, 보편적 욕망이 내재돼 있다. 앞에서 제시한 철학사에서 인간의 주요 욕망 네 가지는 가장 아랫부분의 보편적 욕망(universal desire)의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라파이유 박사의 컬처코드는 이 중에서 세 번째 층위의 심층욕망인 민족과 국가별로 상이한 문화적 욕망(cultural desire) 요소의 차이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투사기법, 정신분석학적 기법 외에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신경생리학적 접근 방법도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EEG, 근전도도, FMRI, 시선추적(eye tracking)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접근은 욕망이육체적 체현성(embodiment)’을 특징으로 하며 단지 정신작용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육체적 작용과 반응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Belk(2004)체화된 열정(embodied passion)’이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욕망은 육체적 반응으로 체화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은 몸과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몸과 하나로 융합돼 나타난다. 욕망은 이러한 체현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신체 변화에 대한 추적과 분석이 필요하다. 신경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면 뇌파, 심장박동, 안구 운동, 동공의 변화, 피부전기전도도, 호흡, 체온, 혈류량 등 신체변화 패턴의 측정을 통해 소비자를 분석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뉴로 마케팅의 방법론은 욕망과 같이 의식의 내면으로 잠재된 무의식이 신체적으로 발현되는 신호(signal)들을 포착해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욕망: 쾌락 호르몬의 향연

욕망은 기본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 욕망하는 대상이 쾌락적이기도 하지만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 자체에서 인간은 쾌락을 느낀다. 이것은 뇌과학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로 설명할 수 있다. 욕망하는 것을 만족하고 실현시키는 제반 과정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통해 강렬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욕망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들게 된다.

 

욕망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쾌락을 제공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추구하게 된다. 욕망에 관한 현대의 여러 철학자들은(Irvine, 2006; Schroeder, 2004) 이것을 생물학적 보상시스템(BIS; Biological Incentive System)이라고 지칭한다. 즉 인간에게는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고차원적인 생물학적 보상시스템이 내장돼 있어서 다른 개체보다 더 높은 생존과 번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육체적, 심리적 쾌락을 추구하는 내부 기제와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욕망한다. 그러므로 쾌락의 추구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욕망하는 원인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최근 울른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위탁을 받아 실시한 뇌 단층촬영 실험에서는 스포츠카를 보는 소비자들의 뇌 변연계 속 중요한 쾌락 중추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소형 자동차를 본 소비자들에게서는 오히려 이런 뇌의 영역들이 비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Hausel, 2008).

 

이렇듯 욕망에 따르는 행동은 쾌락을 추구하는 행동이다. 추후에 따르는 쾌락이 없다면 인간은 결코 욕망에 따르거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보상시스템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게쾌락중추. 쾌락중추는 일종의 생물학적 보상시스템으로서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Science magazine, 2001). , 쾌락중추는 인간을 욕망으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이것은 인간의 뇌 내부에서 대뇌피질과 구분되는 소위 파충류의 뇌로서 오랜 세월 동안 생존과 관련돼 각인된 실체이자 인간의 생존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결핍으로 인한 욕망의 극적인 확대

인간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쾌락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욕망의 본질상 욕망이 달성되지 못했을 때 커다란 결핍감을 느끼게도 만든다. 결국 인간은 박탈 내지는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욕망한다. , 욕망은 결핍(deprivation)에서 기인한다. <그림3> Kahneman Tversky의 기대이론(prospect theory)에 근거해 욕망 형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함수다. 욕망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함수적으로 표현된다.

 

 

<그림 3>은 비전환(no-adaptation·소비생각안함) 함수가 전환(adaptation·소비생각) 함수로 이동(shift)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사거나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면 함수가 왼쪽의 비전환 함수에서 오른쪽 전환함수로 이동한다. 이러한 전환으로 인한 함수의 이동은 준거점(reference point)이 원점에서 점 D로 이동함으로써 욕망의 갑작스런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함수의 이동은 욕망의 강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 함수에서 욕망은 물건을 소비할 때의 만족 수준과 소비하지 않을 때의 만족 수준 사이의 격차로 정의한다. 원래 왼쪽 비전환(no adaptation) 함수에서 소비자의 욕망(desire) D1(AC)인데 오른쪽의 전환함수(adaptation)로 준거점이 이동하면 이익부분보다 기울기가 가파른 손실함수의 급격한 효용감소분(OE)이 반영돼 욕망의 강도가 D2(BE)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비전환함수에서 전환함수로의 준거점 이동은 비구매 시의 효용 수준을 0(zero)에서 마이너스 상태인 E, 즉 박탈감(deprivation)의 상태로 바꿈으로서 욕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박탈감의 중요성에 대해 보여준다. 마약 중독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마약을 강력하게 원하는 마약중독자의 약물에 대한 욕망은 현재 마약을 투여하지 않을 때의 강력한 박탈감 상태가 반영돼 약물에 대한 욕망 수준이 극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핍감의 강화를 통한 욕망의 극적인 확대는 일찍이 철학자들도 포착한 욕망의 특징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욕망의 중요한 특성으로서 결핍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욕망은 맹목적 의지로서 어떤 궁극적 목적도 없는 욕망 자체를 위한 끝없는 욕망이며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결핍이라고 한다. 또한 Malec Chebel(2000)은 자아에 대한 불안과 공허감으로 인한 결핍감이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욕망하게 한다며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게 욕망 원리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욕망과 결핍과의 관계는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의 욕망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도출할 때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해 준다. , 소비자에게 특정 대상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가 중립적인 제로(zero) 상태가 아니라 결핍된 상태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게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비교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은 현재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결핍감을 증가시켜 소비욕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욕망과 의지력의 투쟁

스탠퍼드대의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넛슨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명품과 같은 매력적인 상품을 볼 때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이 더욱 활성화되는 동시에 가격 등 뇌에서 리스크와 관련된 부분인 뇌섬엽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의 뇌섬엽이 활성화되면 리스크를 걱정하게 돼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구매 결정에 직면한 소비자들의 뇌 활동을 통해 피험자들이 구매 쾌감과 지불 고통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며 전쟁을 치른다는 사실이 관찰된 것이다.

 

신경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도 뇌 속에는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3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이 중 위험을 회피하고 보수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균형 시스템은 즐거움과 짜릿함, 승리감을 추구하는 지배 시스템 및 자극 시스템과 대결하고 갈등하는 역동적 구조를 강조한 바 있다. (그림4)

 


 

이러한 뇌 내부의 갈등과정에 대해 일찍이 프로이트는 본능적인 이드(id)와 도덕적인 초자아(super-ego)의 갈등구조를 이론화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Loewenstein(1999)이라는 학자는 이러한 상태를 <그림 5>처럼 욕망과 의지력의 함수 모델로 표현했다. 이에 따르면 구매로 인한 비용 분석을 통해 얻게 될 편익보다 비용이 클 경우 욕망과 의지력의 갈등상태 속에 있는 소비자는 의지력이 승리하면 구매를 하지 않지만 합리화나 정당화를 통해 욕망이 강화된다거나 의지력이 약화되면 욕망의 쾌락 앞에 무릎을 꿇고 결국 열망하는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욕망구조의 갈등해소 전략

소비자의 욕망과 의지력은 본질적으로 상호 모순적이고 갈등적인 관계에 있다. 이러한 내적 갈등은 Festinger(1957)의 인지부조화 이론과 Heider(1958)의 인지균형이론(cognitive balanc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 6>은 인지부조화 이론과 인지균형 이론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낸 소비자의 욕망과 제어의 갈등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선 가운데 삼각형 상태에 있는 소비자에 주목하자. 인지부조화 이론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소비자가 소비욕망과 소비제어 모두를 원할 경우 욕망과 의지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이때 삼각형의 전체의 곱(++-)은 마이너스(-)로 부조화를 이룬다. 반면 왼쪽(소비욕망과 긍정적 관계, 소비제어와는 갈등 관계)이나 오른쪽 삼각형(소비욕망과 갈등 관계, 소비제어와는 긍정적 관계)처럼 소비자가 소비욕망이나 소비제어 어느 한쪽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때는 삼각형 전체의 곱(+--, -+-)이 플러스(+)가 돼 인지적 균형을 이룬다. 결국 인지부조화적 상황에서 소비자는 왼쪽 삼각형과 같이 소비욕망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거나 오른쪽 삼각형과 같이 소비제어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서 인지적 균형을 이루려는 방향으로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내면심리의 구조적 변화는 인지부조화ㆍ불균형을 감소시키고 균형적이며 조화로운 상태로 이끌게 된다. 여기서 소비자가 소비욕망과 관계를 강화하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가 소비제어와 관계를 강화시키면 비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소비자와 소비욕망의 관계가 촉진되면 소비제어는 상대적으로 약화되며 소비자와 소비제어의 관계가 촉진되면 소비욕망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의 인지적 조화와 균형이 <그림6>의 왼쪽 삼각형처럼 소비욕망이 강화되거나 소비제어가 약화되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지적 부조화와 불균형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극대화시켜 강화하거나 제어요소를 중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욕망 강화 전략

욕망과 제어의 갈등 상황을 종식시키는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망을 최대한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욕망을 강화시키려는 전략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앞에서 제시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소구해 소비욕망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오감과 체험 요소들을 이용한 마케팅의 전략을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와 상품에 감각적 표현요소와 경험 요소들이 녹아들어 가게 하는 감성 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감각과 경험의 무의식적 욕망 강화의 마케팅 전략을 가리켜 한스 게오르크 박사는큐 메니지먼트(cue management)’라고 개념화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상품 및 브랜드를 오감으로 느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구매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음료수 하나에는 용기의 형태, 색상, 상표 아이콘, 음료의 성분 등 수많은 신호(signal)들이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신호들을 표면적 의식에서는 의식하거나 인지하지 못하지만 소비자들의 뇌에는 이러한 신호들이 무의식적으로 입력된다. 결국 큐 매니지먼트는 다양한 마케팅적 시그널들을 소비자의 뇌 깊숙한 곳에 심어 구매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가리켜 다중감각 매니지먼트(multi-sensory managem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들은 무의식적 욕망을 궁극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브랜드에환상성(fantasy)’의 요소를 강화하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욕망이라는 실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가 환상성이다. 욕망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환상을 통해 쾌락을 추구한다. 일차적으로 소비욕망은 소비자의 환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프로이트는 욕망이론에서 이드(id) 1차 과정으로서 환상적 원망충족(wish fulfillment)의 개념을 제시했다. 즉 욕망을 추동하는 이드는 실질적으로 욕망을 실현해 현실화시키지 못하더라도 욕망하는 대상을 가졌을 때를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쾌락을 느끼고 욕망을 충족하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소비자의 환상성을 강화하는 전략은 욕망을 강화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환상은 Belk(2003)가 말한 바와 같이 일종의자기유혹(self- seduction)’의 과정과 유사하다. 자기유혹은 소비욕망이 소비대상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소비자 자신의 환상과 상상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으로서 소비자 자신이 상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쾌락적 욕망을 되새기고 자기 내면에서 지속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성은 소비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생명력을 부여하거나 현실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꿈꾸며 환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환상기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감정이입(empathy)’이다. 감정이입은 소비자가 스스로 감정을 소비물에 불어넣고 상상하며 환상하는 심리적 정교화 과정을 말한다. 감정이입의 대표적 과정은 소비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정 소비물을 열망하는 소비자들은 소비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생명을 불어넣거나 인간적 존재로 의인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물이나 물건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페티시즘(fetishism)’이 이러한 환상적 감정이입의 극단적 사례다. 실제로 최근 현대자동차의 최면광고 속에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애무하고 키스를 하는 등 페티시즘적 요소를 볼 수 있었다.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과 브랜드에 강력하게 감정이입하게 해 판타지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은 욕망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다.

 

환상성 확대나 큐 매니지먼트 실행이 욕망을 강화시키는 감성적 전략이라면 이성적 측면에서 욕망을 강화시키는 전략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학자들은 욕망에는 감성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의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감성적 측면은 앞에서 욕망의 무의식적 자동반응을 강조한 자동적 욕망(spontaneous desire), 본능적 욕망(appetitive desire), 육체적 요소(visceral factor)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반면, 이성적 측면은 합리화 전략이나 정당화 전략으로 강조되는 숙고적 욕망(deliberated desire), 의지적 욕망(volitive desire), 인지적 요소 (cognitive factor)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결국 위에서 제시한 큐매니지먼트나 환상성과 같은 욕망확대 전략들이 무의식적 욕망을 감성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라면 욕망에 대한 정당화(justifying)·합리화(rationalization) 전략은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측면의 욕망강화 전략이다. 즉 소비욕망을 강화시켜 구매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욕망에 적절한 정당화 근거가 있어야 한다. Bagozzi(2006)에 의하면 소비욕망은 최종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을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이유를 통합하고 요약하는 기능을 하고, 소비욕망에 대한 정당화는 목표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해 소비욕망을 현실화하는 기능을 한다.

 

Schueler(1995)도 욕망을 실제로 현실화해 행동하기 위해 이성적, 인지적으로 합리화하는 과정은 욕망의 개념에서 매우 핵심적이라고 했다. 이러한 합리화 과정을 정당화 또는 합리화라고 한다. Mukhopadhyay & Johar(2004)도 소비자들은 욕망과 의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정당화 전략을 구사한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당화 전략으로자격부여’(entitlement)가 있다. 자격부여는 소비물을 욕망하는 소비자에게 소비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자격이나 이유를 부여하는 전략이다. 자격부여에 대한 정당화 전략의 대표적 예로서는자기선물주기(self-gift giving)’를 들 수 있다. 자기선물주기는 자신의 행동이나 성취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를 하는 정당화 기제다. 이것은 일종의 광고, 판매 전략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구매할 수 있는 권리와 정당성을 인위적으로 소비자에게 부여한다.

 

이외에도 정당화 기제로서의례적·관습적 정당화(ritual routinization)’가 있다. 이것은 결혼, 명절 등의 특별한 의례 등에서 소비자들이 소비에 대해 보다 관대해지며 소비에 대한 욕망이 현저히 증가하는 현상이다. 백화점 매출액 등이 추석이나 크리스마스에 급증하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결과다.

 

소비욕망 강화를 위한 또 다른 정당화 기제로프레이밍(framing)’ 전략이 있다. 소비욕망을 정당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프레이밍 기술로서 이익과 비용 중에서 이익의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비욕망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익과 손해 중 주로 이익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상품의 구매를 통해 생기는 비용보다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측면을 확대·강조, 자신의 구매행동이 정당하다고 합리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레이밍 전략의 대표적 연구사례로 Meloy & Russo(2004)의 연구가 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담(burden)스럽거나 부정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시키거나 이익(benefit)을 주는 긍정적인 대안들 가운데 하나를 거부하게 시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욱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대안들 가운데 하나를 거부하게 하거나, 긍정적인 대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시키면 소비자들은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더 잘 대했다. 이러한 것은 소비자의사결정상에서의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할 수 있다.

 

욕망 강화 전략으로서예상되는 감정(anticipated emotion)’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 추후에예상되는 후회감(anticipated regret)’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이용할 수 있다. ,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정적 결과들에 수반될 후회감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어떤 소비자들은 과거에 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감이 매우 강하게 작용해서 이것이 현재의 구매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곤 한다. 후회감을 강화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소위품절전략이다. 제공되는 각종 프로모션이나 현재의 구매 기회를 놓쳤을 때 나중에 동반될 수 있는 후회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제어 약화 전략

소비욕망의 반대편에는 소비를 제어하려는 힘이 존재한다. 소비자는 소비욕망과 소비제어의 심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를 가리켜소비자 양가성(consumer ambivalence)’이라고 한다. Freud(1918)도 이를 가리켜애증과 같은 상호 모순된 감정 상태를 강조했다. 즉 소비자들은 동일한 소비대상에 대해 유쾌한 감정과 불쾌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등 서로 상반ㆍ모순되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자주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일종의 심리적 갈등상태로 봤다(Otney, 1997). 결국 소비자를 구매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러한 갈등상태를 만드는 욕망 제어 요소를 약화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

 

소비제어의 요소들을 약화시켜서 갈등과 불균형을 줄이려고 하는 심리 기제의 대표적 예는 중화기술(neutralization)이다. 소위 중화기술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방해ㆍ장애요소를 약화, 해제시키는 근거를 제공한다. 범죄심리학에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중화시키는 기술을 어떻게 구사하는지를 살펴보면 중화기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Sykes & Matza(1957) 등은 범죄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죄책감을 중화시키고자 사용하는 다양한 기제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의 부정이다. , 비행의 책임을 열악한 가정환경, 빈곤 등 외부적 요인으로 전가하면서 오히려 자신을 사회 상황의 희생물로 여긴다. 가해 사실을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발생의 부인)하는 것 역시 자주 사용되는 기제다. , 자동차를 훔치고서도 잠시 빌렸다고 생각하는 등 자기의 행위로 아무도 침해를 받지 않았다고 타인에게 주장하며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다. 피해자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을도덕적 복수자로 생각하며 자신의 절취행위는 부정직한 점포에 대한 보복 또는 정의로운 응징이라는 식으로 합리화한다. 자신을 비난하는 자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려고도 한다. , 법관, 경찰 등 자신을 비난하는 법집행자들의 약점과 비행을 생각하면서 자기의 비행에 대한 가책심을 중화시킨다. 고도의 충성심에 호소(상위가치에 대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의 가족, 친구, 그 밖의 개인적 친근 집단에 대한 충성 때문에 자기는 범죄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 모두 행동에 대한 제어 요소를 중화시키는 다양한 기술로서 실제 소비자의 구매를 제어하는 요소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소비욕망에서 죄책감(guilty feeling)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중화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구매가 사치품이라는 죄책감이 든다면 자신의 구매를 비난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도 사치품이나 값비싼 제품을 구매한다는 식(비난하는 자에 대한 비난)으로 자신의 죄책감 등을 중화시킬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제시한 중화기술 중에서상위가치에 대한 호소전략과 같이 제품 구매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이타성이나 공익성의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명품소비가 사치품 구매라는 죄책감의 심리를 환기시킨다면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정액이 기부된다는 마케팅 활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가품을 구매한다는 내면의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비난을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이타적 동기를 이용해 중화시킬 수 있다. 또한 착한 소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친사회적, 친환경적 활동 역시 브랜드와 상품 구매에 대한 저항과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가격할인은 소비제어 요소의 결정적 약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는 실제적인 가격하락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주관적인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에 의한 가격하락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판매 전략에서 많이 쓰이는 지불분리(payment decoupling)가 대표적인 예다. ‘하루에 얼마씩만(pennies a day)’과 같은비용분리(unbundling)’는 경제적 비용을 심리적으로 재구성(reframing)하는 좋은 예다. 이것은 신용카드 등을 통한 월별 작은 할부 지불액에 초점을 맞춰 판매 전략을 내세우는 것으로서 소비자로 하여금 가격장벽을 심리적으로 낮춰 제어요소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맺음말

과거 소비시장은 합리성과 이성이 지배하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감정과 욕망이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 욕망이란 직접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실체는 아니지만 무의식과 잠재의식 속에 침잠된 소비자의 정신세계를 분석해 이를 전략적으로 적용하는 게 마케터의 목표다. 결국 소비자로부터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언어적으로 도출해 내는 것들은 소비자 욕망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이 아닌 수면 아래에 있는 대부분의 욕망의 실체에 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마케팅의 성패가 갈린다. 욕망의 실체를 해부하고 분석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론과 마케팅 실행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더해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욕망과 의지력의 갈등상태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인지적 부조화 상황을 종결시켜줄 수 있는 욕망 강화와 제어 감소를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jylee@smu.ac.kr

필자는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다. 2011년 한국소비자학회 우수논문상, 2012년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트렌드 코리아 2010, 2011, 2012(공저)> 등이 있다.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소비트렌드, 소비자행태, 소비자유통(Retailing)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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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영 | - (현)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 (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근무
    - (전) LG전자 LSR 연구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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