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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S와 로열티 경영

“이 회사는 끝까지 고객편!” 좋은 평판 착한 이윤

홍종범 | 73호 (2011년 1월 Issue 2)

 

 

중고 Dell 컴퓨터를 좋은 값에 매입해 드립니다.”

만약 이런 말을 들었다면 누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가? 동네 고물상 주인? 답은 놀랍게도 세계 굴지의 컴퓨터 제조 업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 (Michael S. Dell)이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제안한 내용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이 고객 서비스에는 사실 치밀한 고객과의 접점 분석(customer touch point analysis)과 반복 구매를 위한 포석이 결합된 Dell의 성공 비밀이 숨어있다.

 

로열티 경영은 생존의 문제

기업이 생존을 넘어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것은 모든 CEO의 목표이자 사명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달성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 12개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2000개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지난 10년간의성장 성적표분석 결과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1999∼2009 10년간 연 평균 매출, 이익의 실질 성장률(인플레이션 효과 보정) 5.5% 이상 달성한 회사는 220개 정도로 11%에 불과하다. 시장 성장 대비 초과 성장한 이 기업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승리하는 기업들은 고객 로열티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추천고객 지수(NPS)에서 경쟁사 대비 2.5배나 높은열렬한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로열티 리더들은 재무적 성과 측면에서도 경쟁사를 탁월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구조를 비교해 본 결과 경쟁사 대비 15% 낮으며, 성장 속도 측면에서는 2배 이상 앞서 나가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로열티 경영을 2등 기업부터는 몰랐던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베인이 글로벌 기업 3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우리 회사는 고객을 가장 중시하고 고객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80%의 기업들은핵심 고객들에게 자사와 자사제품이 경쟁사 대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그렇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인식은 냉혹하리만큼 달랐다.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 오직 8%의 고객들만이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 기업들은 로열티 경영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고 할 만큼 하고 있었다고 믿었지만,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미국 500대 기업과 국내 30대 기업이 계속 살아남을 확률이 30%에 불과하다고 예측될 정도로 불확실한 경제 및 기업 환경 속에서 고객 로열티는 생존과 성공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위대한 기업의 열쇠: Good profit

기업이 추구하는성배라고 할 수 있는 이익에는 좋고 나쁜 게 있다. 좋은 이익은 나쁜 이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쁜 이익이 고객을 희생시켜 얻는 것이라면, 좋은 이익은 고객의 적극적인 협조로 창출된다. 회계 상의 차이는 없을지 모르나, 좋은 이익은 기업을 1등 기업,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매출과 명성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나쁜 이익이란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안타까울 정도로 상당수 기업들이 나쁜 이익을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우수 고객이 가장 나쁜 대우를 받는 모순은 보통 경쟁이 치열한 경우 많이 나타난다. 통신 업체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신용카드 업체를 꾸준히 사용해온 인내심 많은 고객들은, 최근에 새로 가입한(통신 회사를 자주 바꾸는) 로열티 낮은 고객보다 오히려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를 매년 바꾸는 고객들은 10년 이상 꾸준히 쓰는 고객 대비 더 많은 부가 서비스 및 공제 혜택을 받는다.

 

단기간의 이윤 추구를 위해 고객이 아예 이탈할 위험까지 과감하게 감수하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호텔 객실에서 쓴 전화 통화료가 숙박비보다 많이 나오거나, 보험 회사들이 큰 혜택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놓고 보험 약관에 깨알같이 예외 조항을 만들어 실제 보장이 필요한 시점에 비용을 최소화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나쁜 이익은 단기간에는 회계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나, 비추천 고객을 양산해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도태시키는 주범이 된다.

 

Good profit을 통해 우리 회사를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로열티 고객과 불만을 가지고 주변에 우리 회사를 이용하지 말라는 이른바 비추천 고객은 회사 입장에서 어떤 경제적 차이가 있을까? 베인 앤 컴퍼니는 금융, 가전제품, 유통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로열티 고객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임을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의 로열티가 매우 중요한 금융기관을 예로 들어 보자. 전체 고객을우리 회사를 추천하는 로열티 고객 (Promoter)’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으나 추천할 정도는 아닌 수동적 고객(Passive)’ ‘로열티가 낮아 우리 회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비추천 고객(Detractor)’으로 나누고 구매 관련 행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Promoter의 고객 이탈률은 Detractor 대비 33%에 불과할 정도로 현격히 낮았다. 고객당 점유율(Share of wallet) Promoter 62% Detractor 43% 대비 약 20%포인트 더 높아, 고객 당 매출 및 이익도 월등히 높았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간 추천 경험을 추적해본 결과 Promoter는 약 3번 정도 주변에 회사 홍보를 대신 해 준 것으로 나타났으나 Detractor 1.7번 방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홍보와 방해의 잠재적 이익과 손해를 감안한다면, 두 집단의 경제성 차이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진다.

 

 

특히, 한국은 입소문이 중요한 시장으로 소비재 회사들에 대한 Promoter Detractor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필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선도 가전업체 한 곳의 로열티를 분석한 결과, Promoter Detractor 대비 해당 회사에 대한 재구매 의사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고객당 영업 이익률을 분석해 본 결과 약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 ,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돈에서도 Promoter가 이미 더 많은 이익을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구매를 감안해 보면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고객군인 것이다. 베인의 해외 프로젝트 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은 구전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인터넷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발달은 한 고객이 내뱉는 한마디가 만 명의 온라인 친구들에게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추천 고객과 비추천 고객의 영향력은 파급효과 측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 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 유통이 활성화할수록 경험 고객의 한마디는 구매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치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의 구매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나쁜 이익을 멀리하면서 좋은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순고객추천지수(NPS: Net Promoter Score).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질문: “그 회사를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겠습니까?”

고객 로열티는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하는 열쇠다.” 모든 기업들이 이미 알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로열티 측정은 고사하고 이를 정의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을 필자는 경영 현장에서 많이 목격했다. 고객들이 특정 회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이유는 로열티 때문인가 아니면 무지나 습관 때문인가? 당장 거래를 중단하고 싶지만 장기 계약에 발목이 잡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고객들을 보면서 우리는 착시 현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회사를 좋아하는 고객과 싫어하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을 변별할 수 있고, 계량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베인 앤드 컴퍼니의 로열티 프랙티스 대표로 있는 프레드 라이켈트는 수십 년간의 컨설팅 경력을 바탕으로 고객 행동을 대표할 수 있는 Ultimate question으로 추천 의향을 고안했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제품(회사/서비스)을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가?” 추천 의향이 매우 높음은 10, 전혀 없음을 0점으로 척도로 제시하고 고객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Promoter, Passive, Detractor로 구분한다. 추천 고객 (Promoter) 9∼10점으로 매우 높은 추천 의사를 보이는 고객들만 해당된다. 이들은 거래 회사에서 지속적인 구매를 하며 친구들에게도 구매를 권하는 열성적인 지지자들이다. 중립 고객(Passive) 7∼8점을 준 고객들로 만족은 하고 있으나 쉽게 경쟁사에 현혹될 수 있는, 열성이 모자라는 고객들이다. 0∼6점을 준 비추천 고객(Detractor)들은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인해 불만족해 하기 때문에 신규 고객 유입에 결정적인 방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순고객추천지수(NPS: Net Promoter Score)는 추천 고객 비율에서 비추천 고객의 비율을 뺀 것으로 해당 회사의 고객들의 행동에 대한 예측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절대적인 수치에서 보면 NPS가 양의 결과가 나오면 우리 회사를 추천하는 고객들이 더 많으므로 전반적인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 제공이 고객의 기대치 및 요구사항과 부합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음의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인 개선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상대적 NPS(우리 회사 NPS-경쟁 회사 NPS)가 양의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 점유율과 상관없이 업계에서 고객 로열티의 선두 주자임이 증명되고 중장기적으로 유지한다면 업계 리더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NPS 활용 방법: 3D(Design, Deliver and Develop capabilities)

NPS의 질문은 간단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다양한 세그멘트(Segment)로 분류하고 직접적인 목소리(Voice)를 청취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고객 행태의 근본 원인을 귀납적으로 도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기업의 실행 방안(Action item)들로 전환된다. 이를 3D(Design, Deliver, Develop capabilities)라고 하는데 각 단계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Design: 고객을 세분화 하고 각 그룹에 제공할 가치(Value proposition) 설계

추천 의향을 통해 구분된 세 가지 고객 Segment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Promoter: 교차판매와 재계약이 예상되는 핵심 고객군 ‘Passive: 주변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주변 고객군’ ‘Detractor: 이탈이 예상되는 고객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분류한 고객을 1인당 수익성 지표와 메트릭스화 해 보면 각 고객군 별로 기업이 전략적, 전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방향성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그림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로열티가 높고 수익성이 높은 ‘Happy & Spending’은 회사가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핵심 고객군으로 집중적인 관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반면, 정반대로 로열티가 낮은데 수익성도 좋지 않은 ‘Unhappy & unprofitable’의 경우 전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은 좋으나 로열티가 낮은 ‘Buying but mad’는 경쟁사가 최우선적으로 목표할 고객군으로 즉각적인 개선을 통해 Promoter로 전환시키기 위한 가치 제공(value proposition) 설계가 돼야 한다.

 

가치 제공 설계는 주로 각 고객군을 1 1로 인터뷰 하거나 동일 그룹에 속하는 고객들을 모아서 인터뷰 하는 FGI(Focused group interview)를 통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파고 들어야 한다.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왜 구매하는지, 로열티를 보이는지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또한 대답하더라도 인터뷰어에게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고객으로 보이기 위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아, 감성적이고 충동적으로 구매 의사 결정이 빈번히 일어나는 현실과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슈 영역을 명확하게 도출하려면, 지속적으로 트래킹(Tracking)하면서 실행과 실패를 반복해야만 고객의 본심에 다가갈 수 있다.

 

 Deliver: 제품/서비스 만큼 중요한 전달 방법

삼성전자는 제품 구매 후 인도 되는 순간의 고객 경험까지 관리하면서 가전제품 서비스에서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주부들이 새 제품이 집에 들어오는 흥분되는 순간에 가장 꺼리는 일이 서비스맨의 청결임을 간파하고, 현관에서 양말을 새 것으로 갈아 신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다양한 입소문을 통해 역시 삼성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에서는어떤 것을 제공하는가만큼 중요한 것이어떻게 제공하는가. 삼성전자의 사례를 보면 고객과의 경험 접점(Touchpoint)이 매장에서 출발해 제품 설치, A/S, 제품 폐기까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디자인 단계에서 파악된 제공 가치들은 이러한 고객 접점 중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구간에서 제공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Detractor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접점을 명확하게 인식했고, 이에 대한 조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만약 회사가 고객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험접점을 파악하고 있다면 관련 Event(고객 경험)가 발생할 때마다 NPS 조사를 통해 관련 고객 NPS의 근본 원인(root cause)을 확인하고 이슈를 발굴할 수 있다. 특히 회사로서는 매우 중요할 고객 이탈이나 가입 시점에서 NPS 조사를 통해 고객의 가입과 해지에 대한 원인 및 이슈를 분석할 수 있다.

 

 

 Develop capabilities: 반복적인 적용을 통해 Upgrade할 수 있도록 전사 역량 재배치

NPS를 통한 로열티 경영이 회사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NPS 점검을 통해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경쟁사에 빼앗길 위험이 높은 고객들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회사 문화와 이를 가능케 하는 프로세스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NPS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트래킹할 수 있는 팀이 필요하고, 발견 사항을 서비스 설계에 활용하는 상품 및 서비스 기획팀, 고객 접점 현장에 있는 서비스 직원들의 행동 매뉴얼에 반영하는 교육 및 모니터링 팀, 무엇보다 고객 로열티의 핵심 사항(Triggering point)을 명확히 파악하는 현장 직원들까지 연결돼야 한다.

 

경영층에서는 타깃 고객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통해 최우선 타깃이 핵심 고객 증대인지, 이탈 고객 방지인지 지시하고, 서비스 개선의 범위와 대상의 크기에 따른 투자 필요 사항을 과감하게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핵심 고객에 대한 충성도 제고는 얼핏 보면 이미 확보한 고객에 대한 불필요한 투자로 느껴질 수 있으나, 충성고객의 경제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중장기적 잠재력과 전파력을 고민해본다면 지금이라도 그 생각을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NPS의 창시자인 라이켈트는 NPS를 경쟁사 대비 10포인트 높일 수 있다면 기업의 성장률이 평균 두 배 가량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회사의 전반적인 역량을 재배치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NPS는 국내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국내 선도 가전업체의 경우 제품 전달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50개 이상의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었고,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경험 제공에 있어 차별화를 꾀할 필요를 느꼈다.

 

그 첫 단계로서 NPS를 조사해 본 결과 이 회사는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주기에서 특정 시점에 NPS가 변화하는 변곡점들, 이른바Triggering point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지불한 금액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되는 때이며 잠시 동안 민감해지는 시점들이었으나, 회사가변함 없는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비추천 고객들이 양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결 방법은 각 변곡점에 도달하기 전에 회사가 선제적으로 2∼3개월 앞서 고객의 불만 사항을 먼저 체크하고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고객 로열티 중심 경영으로 이 회사는 금융 위기라는 어려운 시절에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시장 선도 지위를 굳건히 하는 바탕을 마련했다.

 


지금 미국에는 애완동물 전문 매장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에 이 시장의 성장성과 매력도를 보고 일찍 진출한(Early mover) 회사가 바로 PETsMART이다. 창고형 매장으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구색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고, 97년에는 주당 가격이 30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해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대형 마트들이 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전국에 500개 이상의 애완 전문 코너를 갖춘 점포들이 생겨났고, 경쟁에서 차별화되지 못하던 PETsMART는 고전을 면치 못해 불과 2년 만에 주가가 6달러까지 하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국내 유통점에서 불고 있는 가격 파괴 전쟁에도 시사점을 주는 이 PETsMART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PETsMART는 초반부터 가격 우위를 목표로 경영해왔기 때문에 명확한 타깃 고객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 편차가 줄어들자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졌다. 애완용품 뿐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일반 대형 매장으로 고객이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또한 가격 파괴를 위한 벌크 판매에 주력하다 보니 고객과 감정적 교류(Emotional binding) 없이 품목 중심의 상품 나열로싸게 사는 경험이상을 제공할 수 없었다.

PETsMART의 경영진은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NPS 기법을 적용했다. 우선 Design 단계에서 높은 로열티를 가지면서 수익성 높은 핵심 고객군을 분류했다. 이들의 소비 행태와 애완 동물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결과 핵심 고객군은 애완동물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이른바 ‘Pet Parents’들임을 알게 됐다. 가령 강아지를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경우 그부모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폭은 급격하게 확대된다. 우리가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에 관대하듯이, ‘Pet Parents’들은 애완 동물의 털을 한 달에 한번 손질하고, 새로운 애완견의 경우 입양한 지 약 6∼12주 사이에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고, 환절기 예방 접종을 하는 등 서비스에 매우 민감하다

이를 바탕으로 PETsMART는 매장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해 애완 동물별로 카테고리화를 하여 상품 구색을 다양하고 깊게 가져가도록 변경했다. 기존 창고형 Layout을 고급화해 저가 중심 정책에서 탈피했으며, 애완 동물과 놀아주는 Play time, 주인이 쇼핑할 동안 쉴 수 있는 Private room은 물론이고 미용 및 교육까지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핵심 고객층은 PETsMART로 모였고, 극성 집단의 입소문은 등을 돌렸던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PETsMART 40달러 이상으로 주당 가격이 치솟는 등 업계 리더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국내 기업에 NPS를 적용하기 위한 5가지 제언

베인 앤 컴퍼니는 NPS의 효과와 로열티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서 세계 유수의 선도 기업들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 성과를 성공적으로 도출해왔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회사들과 로열티 경영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고객사의 로열티 전략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얻어진 많은 시사점들 중에서 국내 기업들이 특히 고려해야 할 5가지 제언을 선별했다.

 

 

 

 서비스업은 로열티 경영을 위해 제조업체 대비 3배 이상 투자하라

국내 고객들의 경우 입소문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베인 서울 사무소가 2년간 조사한 NPS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약 8% 고객이 주위 추천을 듣고 제품을 구매한 반면 서비스업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는 22%로 약 3배 정도 높았다. 이렇게 산업의 유형에 따라 NPS의 민감도가 달라지듯이, 적용 가능성이나 조사 기법도 달라져야 한다.

 

전자제품, 자동차, 화장품과 같은 제조업체의 경우 제품이 전달되는 순간의 Touchpoint 외에는 제한적이므로 제품과 관련한 사양 및 내구성 등의 영향력이 높다. 이런 제품들은 고객들이 대부분 잘 알고 있는 고관여 제품들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 기능, 사용의 편의성, 효율성 등을 부각시켜서 고객의 입맛에 부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 유통업, 은행과 같이 장기 계약이 아닌 서비스업은 로열티 경영이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들 산업에서는 고객들이 경쟁사로 이전할 때 들어가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매우 낮다. 따라서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설계는 우리 서비스를 잘 전파해줄 수 있는 핵심 고객들의 입맛에 최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세밀하게 분류하고, 각 접점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Petsmart 사례가 이러한 산업에서의 전형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통신 및 보험과 같이 장기 계약 형태의 서비스업도 역시 Touchpoint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의 가입 및 이탈과 관련한 결정적 이유(Trigger point)에 대한 이해다. 이는 고객 가입/이탈 시점에서 NPS를 조사해 가입/해지 이유가 무엇이며,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이슈를 분석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모든 고객은 소심하고 변덕스럽다는 것을 기억하라

필자는 동남아시아, 호주,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기업들과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의 시장을 분석할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한국 시장만큼 변덕스럽고 빨리 변화하는 시장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경영 현장에서 고객들의 변덕스러움 때문에 고충을 토로하는 상품기획팀이나 서비스 디자인 팀의 푸념을 듣는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자연스레 겪는 통과의례가 될 정도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우리 고객이 소심하고 변덕스럽다는 사실은 1등 기업에는 짐이 되겠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은 회사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고객의 Life Cycle에 따라 NPS가 변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연령대에 따라 가족 구성원이 변하고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충성 고객의 로열티가 점차 옅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신용카드의 경우, 대학생인 연령대에서는 놀이공원이나 외식과 같은 활동들이 지원되는 카드에 대한 만족도나 로열티가 높겠지만, 사회에 진출하면 여행 마일리지나 주유 할인율이 높은 카드에 대한 니즈가 커진다. 따라서 회사는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굴곡을 타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로열티가 떨어지는 시점에 도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새로운 니즈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제안해 경쟁사로부터 핵심 고객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NPS를 성과지표에 포함시켜라

회사 운영에서 금전적 보상은 회사를 움직이는 혈액과 같고, 성과 지표는 그 혈액이 어떻게 타고 흘러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혈관과 같은 존재다. 앞서 제시된 바와 같이 회사가 로열티 경영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고, Bad profit이 고객관계를 해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성과 지표가 고객 로열티와 연계되지 않은 곳이 많다. 혈관이 미치지 않고, 피가 흐르지 않으면 그 신체 부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곪을 수밖에 없다.

 

고객 로열티는 중요하나, 이에 대한 투자가 선뜻 이뤄지지 않는 것은 재무적 지표가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임원들 임기가 2∼3년이므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투자는 후대를 위해서는 필요하겠으나, 지금 나의 실적에는 독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나서지 않는다. 또 굳은 의지를 가지고 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고객 로열티와 직결되는지 여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성과지표에 로열티 지수인 NPS를 도입해야 한다. 각 고객 접점에 해당하는 부서는 주요 고객 경험 Event가 발생했을 때 측정되는 Touchpoint NPS, 기업 경영층은 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전사 NPS, 상품 개발 부서는 Trigger point NPS로 측정할 수 있다.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라

지금까지 주요 소비재 회사들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고 고객 구매 행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도입한 지 10년이 넘도록, 정보를 너그럽게 제공한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모아오면 혜택을 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상의 실행력(Action)을 보이지는 못했다. 넘치는 정보가 오히려 기업으로 하여금 고객과 거리를 만들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의 로열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Relationship, 즉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Experience, 경험을 관리한다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관계라는 모호한 목표 대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라는 명확한 목표 의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감동경영은 남들이 하고 있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거나, 같은 서비스나 상품인 경우에는 좀더 차별적으로 제공한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다.

 

 NPS는 만능이 아니다 CSI 등 다른 지표들도 종합적으로 활용하라

필자가 NPS 방법론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소비자만족지수(CSI: Customer Satis-faction Index)와의 비교 평가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NPS를 도입하면 CSI는 더 이상 필요가 없는지, 그 동안 사내에 축적돼 있는 CSI들은 이제 무용지물이 됐는지 답답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NPS는 고객의 실제 구매 행태를 선행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는 CSI 대비 탁월한 성과를 가지고 있다.

 

 

<그림7>에서 보듯이 미국의 통신 업체가 경쟁사로의 이탈 고객을 분석한 결과 무려 85%가 떠나는 업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고, 전미소비자만족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와 회사의 연간 성장률을 분석해 보면 만족도는 실제 판매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PS는 고객이 가장 강력한 구매 로열티를 표출하는 추천 의향을 통한 고객 관계의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고객 구매행동의 선행지표로서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추천 고객과 비추천 고객을 구분하고, 각 고객군의 이슈들에 대한 세부적인 인터뷰와 분석이 필요하고, 우선 순위가 높은 영역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개선안을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다양한 고객의 다양한 Touchpoint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CSI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안정화가 이루어진 지표로서 국내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고 있어 비교 평가가 가능하다. 모든 지표들에 대해서 계량화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고객 로열티 및 그 요인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량화된 결과가 질문되는 모든 항목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기업의 소비자 조사 목적에 따라 NPS CSI는 대체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보완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기업이 되라

서두에서 말한 Dell의 중고 컴퓨터 매입 전략은 NPS를 통한 로열티 분석 결과였다. 고객이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폐기하기까지의 Touchpoint들을 분석한 결과, 중고 컴퓨터를 처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구매한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급격히 하락하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마이클 델은 이러한 고객의 애로사항을 회사 차원에서 해결해주는 것을 제안함과 동시에, 새 컴퓨터를 구매해야 할 고객에게 “Dell은 끝까지 책임집니다라는 감동 경영을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이는 NPS와 재구매율의 대폭적인 개선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진정한 성장(True Growth)의 길로 들어서는 방법은 고객들이 그 기업과 거래하기 좋아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그 기업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NPS를 잘 활용하면 전사 차원의 노력을 한데 집결시켜 날마다 고객의 경험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그 과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이다. 회사는 먼저 결정적 질문이라 불리는 질문 하나를 정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이면서도 적시에 고객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질문에 대한 고객의 답변을 취합해서 공표하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대응 조치를 강구하며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성장의 길로 들어서는 방법이다.

 

 

 

홍종범 베인 앤 컴퍼니 이사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2001년 베인에 입사한 이래 싱가포르, 시드니, 베이징 오피스 등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선도 업체를 대상으로 철강, 통신, 소비재, 금융기관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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