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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경영 유형과 효과

예술을 파트너로 기업-문화 윈윈

김소영 | 62호 (2010년 8월 Issue 1)
 

21세기는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패러다임이 물질적·기술적 힘에서 감성적·문화적 힘으로 전이되는 문화기반경제(Culture based Economy) 시대다. 문화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 점에서 문화 마케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문화마케팅이란 문화예술인이나 문화예술기관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는 마케팅 활동인 ‘문화의 마케팅(Marketing of the Culture)’과 기업 또는 기타 조직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활용,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문화를 통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the Culture)’의 두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그 주체가 문화예술인(또는 문화예술기관)이냐 기업과 같은 일반 조직이냐에 따라 ‘문화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과 ‘마케팅을 위한 문화(Culture for Marketing)’로 구분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 등의 일반 조직과 문화예술이 상호 호혜의 관계를 통해 양자 모두 ‘윈-윈(win-win)’한다는 측면에서 문화마케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메세나(mecenat)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메세나란 로마시대의 시성 웰기리우스를 지원해 준 가이우스 슬리니우스 마에케나스(Gauis Clinius Maecenas, BC76∼AD8)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지금은 ‘예술, 문화, 과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의미하는 말로 굳어지면서 통상적으로 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왜 문화예술인가
① 창조경영의 중요성 증대
21세기는 창의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창의성 시대에 아이디어는 생산수단이며, 다양성과 고유성은 생산형식이다. 이제 창의성이 비교우위 요소가 되며 문화경쟁력이 국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기업 경영에서 창의적 직원, 창의적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2006년 9월12일자)에 따르면 세계 주요 비즈니스 스쿨들은 학생들이 창조적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창의적, 혁신적 사고를 배양할 수 있도록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MBA스쿨들은 학생들에게 연극, 패러디 영화 및 단편영화를 제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리더십과 창의성을 배양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인 HEC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멋진 코스요리를 만들도록 하며, 슬로베니아의 IEDC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조각가, 영화감독, 시인 등이 강의를 한다. 한국 AIG생명은 ‘오른쪽 머리’를 열심히 자극해 창의력 등 직원 업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이른바 ‘우뇌(右腦)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우뇌경영의 일환으로 일본에서는 ‘그림 훈련’ 전문가를 초빙해 임원대상으로 그림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②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대 기업들은 경제적 역할 외에 사회적 사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도 하나의 인격체이자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도입과 함께 CSR 활동은 실제 수익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시장의 새로운 ‘게임의 룰’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CSR을 통한 경쟁우위 창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문화예술을 활용하면 차별적인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더 나아가 문화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문화예술지원 활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한국메세나협의회, 2007) 응답 기업의 80%가 문화예술지원 활동을 CSR 활동의 일환으로 간주했다. CSR의 차별적 수단으로 문화예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14.4%였다.
 
문화예술을 활용해 고객의 감성욕구를 충족시켜 고객을 만족시키고, 기업 성과(기업 이미지 제고, 시장 우위, 종업원 혜택)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문화예술 발전 및 국민의 문화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는 사회적 공헌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마케팅은 21세기형 사회적 마케팅 콘셉트(Social Marketing Concept)의 실천적 대안이다.
 
③ 마케팅 환경의 변화
제품, 서비스 간 차이가 점차 줄어들어 가격, 편익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 요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고 사람들의 소비행태도 획일화, 대량화에서 개성화, 다양화, 고급화 추세로 전환된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 요소로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마케팅의 주요 요소인 소비자, 제품, 기술 측면에서도 점차 문화적 가치, 감성체험, 감성기술이 중요시 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경제적 가치, 1990년대에는 사용가치, 2000년대부터는 문화적 가치와 상징가치를 중요시 여겼다. 제품 변화 측면에서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단순기능, 1990년대에는 고기능과 고품질, 2000년대부터는 감성체험과 감성기능을 중시한다. 기술의 변화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까지는 생산기술, 1990년대에는 첨단기술, 2000년대부터는 감성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감성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기술력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감성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品量중심→品質 중심→品格 중심’ 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마케팅에서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과거에는 품질이나 가격과 같은 유형적 요소들이 중요했다면 현재는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무형적 요소가 중요하다. 최근 소비자들은 문화적, 상징적 가치가 체화된 브랜드, 즉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문화코드를 심은 ‘컬덕(Cultduct: Culture+ Product)’과 ‘컬비스(Cultvice: Cul-ture+Service)’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예술이 결합된 아트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일컬어 ‘아티젠(Arty Generation)’이라 부르고 있다. 아티젠은 단순히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을 넘어 디자이너 또는 예술가가 주는 고유의 디자인과 개성을 중시한다. LG전자는 꽃의 화가라 불리는 하상림의 작품을 접목한 아트 디오스를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이렇게 기업들이 아트디자인에 주목하는 것은 예술가의 명성이 브랜드 차별화의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제품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 예술가의 독특한 디자인과 예술가의 명성에서 오는 감성적 가치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큰 도움을 준다.
문화예술경영 유형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사회공헌전략, 마케팅전략 및 경영전략의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분류는 문화마케팅 활동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느냐에 의한 분류며 실제 기업들은 사회공헌과 마케팅전략 또는 사회공헌전략과 경영전략의 융합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① 사회공헌 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
밀러맥주와 필립모리스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알트리아 그룹은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CSR 활동을 펴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마케팅을 실시했다. 앤디 워홀 등 50년대 전위미술가 그룹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화제가 됐고 이후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조지프 존스, 로셴 버그 등 비주얼 아티스트들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삼성전자도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문화예술을 적극 활용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1993년 이후 러시아 문화의 중심인 볼쇼이극장을 꾸준히 후원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극장 측에 약 200만 달러에 이르는 재정 및 기술지원을 해왔다. 이런 활동은 러시아 내 삼성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극장에서 매일 발행되는 팸플릿과 주간 포스터, 격월간 잡지에 인쇄되는 삼성로고와 광고는 극장 방문객에게 삼성이 러시아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와 같이 기업의 해외진출 시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지원을 통한 문화마케팅은 기업이미지 제고 및 브랜드가치 구축에 크게 기여한다. 미국의 The Heathman Hotel은 ‘Give to the arts even in your sleep’ 캠페인을 통해 주말 객실 수입의 1%를 적립해 Heathman 예술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포틀랜드 예술단체 지원에 사용했다. 그 결과 호텔 객실, 로비 등에는 지원받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상시 전시되고 있다. 호텔 콘서트홀의 외벽에는 작가들의 벽화가 기증되기도 했고, 전시나 공연기간에는 예술행사에 참여하려는 개인과 예술가들로 100% 예약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제는 예술가와 예술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유명 모임장소가 되어 호텔의 지속적인 매출증대라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청소년들이 음악의 기초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청소년음악회’와 교향악 축제 ‘한화가 전하는 희망의 봄’, 지방 도시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했다. 최근에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인 ‘예술 더하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전국 45개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복지관 소속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 음악, 연극 및 국악 분야에 걸쳐 예술 전문 강사와 전국 한화사업장 임직원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수혜자인 아동이 문화예술교육을 받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를 차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에 반영해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②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은 사회공헌의 성격보다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문화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3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문화마케팅 도입단계로 예술작품을 제품디자인이나 광고 등에 직접 차용하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예술작품을 차용하거나 새로운 아트코드를 창출, 예술을 통해 기업이 의도하는 이미지나 메시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프랑스 보르도 특등급 와인 무통 로칠드의 경우 과거 2등급 와인으로 분류됐지만 1946년부터 조르주 브리크, 후앙 미로, 파블로 피카소 같은 당대 유명 화가의 작품을 와인 라벨에 사용함으로써 100년간의 2등급 와인 신세를 접고 73년부터 5대 특등급 와인 반열에 올랐다. 삼성전자 통합브랜드인 하우젠 런칭 광고에서는 예술작품과 공간이 브랜드 이미지로 동원되기도 했다. 선과 면으로 비례와 균형의 미를 표현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사용해 신규 브랜드인 하우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표출하고자 했다. LG전자는 휘센 에어컨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입맞춤’을 그대로 입히기도 했다. 저가 화장품업체 더 페이스샵은 ‘피부의 명작’이란 콘셉트의 아르생뜨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화장품 용기에 빈센트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보리밭’을 새겼다. 이렇게 저가 화장품에 고급 명화를 접목함으로써 제품의 이미지를 높여 3개월 만에 매출이 30%나 늘었다.
 
두 번째는 문화마케팅의 기획 단계로 예술가가 기업의 정체성과 경영이념에 맞게 제품을 디자인하고 경영활동에 참여해 창의적인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스와치와 백남준이 함께 만든 백남준 시계, 루이비통과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함께 만든 루이비통 핸드백 및 LG전자가 꽃의 화가라 불리는 하상림의 작품을 접목한 아트 디오스 등이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문화마케팅 융합단계로 기업의 핵심역량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추출한 문화마케팅의 핵심 콘셉트를 토대로 매력적인 컬덕을 창출하는 등 브랜드나 기업의 가치에 예술이 체화되어 아트 브랜드, 아트 기업으로 진화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베네통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네통의 파브리카는 전 세계 25세 이하의 젊은 예술인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해 각종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에게서 나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베네통의 제품 디자인과 베네통의 아이덴티티인 인류보편적인 색깔을 만드는 데 활용하여 글로벌 아트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쌈지 사례를 들 수 있다. 쌈지는 회사설립 이래 ‘예술이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신념 아래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하면서 쌈지아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가들의 해외전시를 지원하거나 국내 전시회를 열어주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쌈지 제품에 프린트하는 컬덕을 개발했다. 작가의 작품 위에 쌈지의 로고만을 삽입하는 독특한 기법의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쌈지스페이스를 보유하고 이 공간의 일부를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무상 대여해주고 있다. 이들로부터 신제품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얻거나 예술작가들이 직접 매장을 꾸미고, 예술품을 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등 기업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창작 워크숍 ‘Work+Shop’을 통해 상호호혜의 관계를 구축하는 파트너십 관점의 문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③ 경영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
경영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은 예술을 기업문화, 조직문화, 직원교육, 복지, 인적자원관리 등 기업 전체의 경영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니레버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합병에 따른 조직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직원 화합과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해 문화마케팅을 활용했다. 외부의 예술가를 회사의 정식 직원인 예술 감독으로 임명하는 카탈리스트(Catalyst)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직원들의 정서적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극인의 지도를 통한 상황극 연출, 시인으로부터 작문능력, 연극배우로부터 발표능력과 고객과의 의사소통 능력, 미술가로부터는 창의적 사고력 등을 배우게 했다. 사내에도 미술, 사진작품들을 전시해 일상 속에서 예술과 문화를 즐기는 풍요로운 기업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직원 화합은 물론 예술을 통한 직원 능력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뉴욕의 에디슨 사는 1년에 한 번 문화카드를 제공한다. 문화카드로 이 회사가 후원하는 뉴욕지역 박물관을 종업원들과 가족들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선물가게에서는 할인혜택도 제공해준다. 이 같은 문화마케팅은 직원의 문화적 소양, 창의력 증대 및 만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는 새로운 고객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상품 판매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제공한다. 즉, 기업과 박물관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문화마케팅 사례라 볼 수 있다.
 
일본의 아사히 맥주는 직원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안에서 정기적인 사내 음악회를 개최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문화예술과의 교감을 통해 참신하고 열린 사고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직원들이 음악가와 함께 연주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열어 직원들의 창조마인드를 육성하고자 노력했다.
 
바이엘 미국지사는 피츠버그의 이공계 대학생이 피츠버그 심포니 공연 티켓가격의 25%만을 지불하면 나머지 75%는 바이엘에서 지원해줬다. 공연 후에는 바이엘 사의 직원과 음악가들이 초대되는 리셉션을 마련해 대학생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악에 대한 식견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이는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과 예술을 포함하는 균형 잡힌 교육을 받게 하며, 더 나아가 미래의 잠재 직원들이 창조적이고 균형 잡힌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바이엘 사는 해외진출 현지기업으로서 잠재 직원들에게 호의적인 기업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창의적이고 유능한 직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브랜드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후(后)’의 로고와 해금의 모양이 유사한 점에 착안해 화장품 컨설턴트 직원과 화장품사업부 마케팅팀 직원을 위한 감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국악관현악단과 결연해 전국 6개 지역사업장의 직원을 대상으로 해금교육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공연을 지원함으로써 직원들의 자부심,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교육에 사용되는 해금은 중요무형문화재 고홍곤 씨에게 제작을 의뢰해 전통 악기장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도 얻었다.

기업에 끼치는 영향
문화마케팅의 효과에 대해 호주문화인문학재단(AFCH: Australian Foundation for Culture & Humani-ties)과 아더앤더슨컨설팅(현 액센츄어)은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 효과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이라는 인식, 즉 기업의 정당성(corporate legitimacy)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용이성 증대, 기업 간 유대관계 증진, 투자유치 가능성 제고의 세 가지 효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인지도 제고, 가격 프리미엄획득 및 매출증대와 같은 시장우위(market advantage) 효과다. 이는 매출 증대, 브랜드 인지도 제고, 고객 유지, 가격 프리미엄 획득이라는 네 가지 혜택으로 나누어지며 이 중 가장 효과가 큰 부분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다.
 
세 번째는 종업원 혜택(employee benefits)으로 종업원의 네트워킹, 신규직원 확보 및 유지, 직원의 창의적 사고 및 만족도 증대, 생산성 향상, 조직문화 고양과 같은 효과다.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종업원 혜택이라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광고와 같은 일반적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도구로부터는 획득하기 어려운 독특한 효과다.
 
문화마케팅 효과 실증분석1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고, 다양한 문화마케팅 사례들이 보고 되면서 기업들의 문화마케팅 효과 분석에 대한 니즈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여기서는 국내 기업들의 문화마케팅 효과를 소비자 대상 외부효과와 기업 내부 고객인 종업원 대상 내부효과로 구분해 분석했다. 우선 2009년 3월 소비자 593명을 대상으로 외부효과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기업의 문화마케팅 활동 수준이 높고 낮음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성과에는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기업이 문화마케팅 활동을 많이 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기업에 비해 더 호의적인 기업이미지와 기업/브랜드 태도라는 긍정적인 성과를 올렸다. 더 높은 상표충성도와 고객만족도, 고객유지 효과와 함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문화마케팅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겠다는 가격프리미엄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AFCH & Anderson(1999)이 제시했던 기업정당성 측면에서의 기업이미지와 시장우위 측면에서 기업 인지도, 고객유지 및 가격프리미엄 효과를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마케팅 활동수준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의 문화마케팅이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획득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해 기업의 문화마케팅 활동과 기업이미지, 고객가치(기능적 가치, 감정적 가치, 사회적 가치), 관계품질(기업의 정직, 기업의 자선에 대한 신뢰, 감정적 애착, 관계만족) 및 고객충성도(관계지속 의도, 재구매 의도, 구전 의도) 간의 인과관계를 AMOS 7.0을 이용해 분석해보았다.(그림5 참조)
 
기업의 문화마케팅 활동은 기업이미지와 고객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고객가치와 관계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증가된 고객가치는 고객충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문화마케팅 활동을 많이 할수록 기업의 이미지와 고객가치는 증가하며 기업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고객가치와 관계품질도 향상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향상된 고객가치는 고객충성도라는 고객의 구매행동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마케팅의 내부효과 측정을 위해 2009년 3월 문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17개 기업의 종업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마케팅이 종업원들의 감정적, 지속적 및 규범적 조직몰입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증가된 조직몰입은 종업원의 조직만족도를 증가시키고 이직 의도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유형별 전략 방향2

국내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문화마케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제 기업들의 문화마케팅 활동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문화마케팅을 유형화했다. 국내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크게 ‘의무형’ ‘파트너형’ ‘홍보형’ ‘반짝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의무형은 응답 기업의 43%가 속해 가장 많은 기업들이 이 유형에 포함됐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사회공헌 전략의 일환으로 문화마케팅을 실시하는 경향이 크고, 파트너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합적 차원에서의 문화마케팅을 실시하는 비중이 낮은 의무적인 문화마케팅 활동을 실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파트너형은 국내 기업 중 30.7%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전략 목표에 적합한 문화마케팅 활동을 실시하고 문화마케팅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등 전략적인 문화마케팅을 실시하는 유형이다. 예술가(단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사회공헌, 마케팅 및 종업원 관리 등 기업경영으로 대표되는 문화마케팅의 세 가지 효과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유형으로 가장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문화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 홍보형에는 17.5%의 기업이 포함되며 주로 후원이나 협찬 방식의 문화마케팅 활동이 대부분이다. 외부 고객 대상 기업 이미지 제고와 같은 실질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추구하는 유형이다. 문화마케팅 성과평가도 매체보도 평가위주의 홍보마케팅 효과 측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반짝형은 응답기업의 8.8%를 차지하며, 예술가(단체) 요청에 의해 후원협찬을 하고 문화마케팅 성과도 예술가(단체) 평가에만 의존하는 등 다른 유형에 비해 전략적인 활용도가 낮은 소극적인 문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을 경영에 접목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쫓아 외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소극적이고 단편적인 이벤트 형태의 문화마케팅을 실시하는 유형이다.
 
이렇게 도출된 4개의 문화마케팅 유형을 문화마케팅의 통합적 효과 추구정도와 문화마케팅 선택방식(기업의 전략적 선택/외적요인에 의한 환경적 선택) 등 두 가지 차원을 토대로 분류해보면 <그림6>과 같다.
 
또 문화마케팅 유형 간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 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표2>와 같이 문화마케팅 유형 간 전반적인 성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0.001). 파트너형에 속하는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의 전반적인 성과평가에 대해 7점 만점에 6.5점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AFCH & Arther Anderson(1999)의 주장처럼 기업정당성, 시장우위, 종업원 혜택의 다양한 문화마케팅 효과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다음으로 홍보형이 6.0점을 얻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됐으며, 다음으로는 반짝형이 5.0점, 그리고 의무형이 가장 낮은 4.9점을 획득했다.
 
파트너형은 가장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문화마케팅을 실행하는 유형이다. 다만 종업원 관리나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문화마케팅 활용도가 아직은 미미한 수준으로 문화마케팅의 세 가지 효과를 보다 통합적이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통합적 문화마케팅 전략(integrated culture marketing strategy)이 강화돼야 한다. 또 문화마케팅 성과 평가에서도 기업 자체적인 효과측정 모델을 토대로 성과를 평가하는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따라서 계획(plan)-실행(do)-성과평가(see)로 이어지는 문화마케팅의 전체 활동 과정에 대해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홍보형은 주로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문화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는 유형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와 같은 실질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홍보형은 현재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차원뿐 아니라 사회공헌, 내부 고객인 종업원 대상 문화마케팅 효과를 종합적으로 추구하는 통합적 문화마케팅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또 점진적으로 자체기획의 비중을 높이고 보다 과학적인 성과 측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의무형에 속하는 기업들은 문화마케팅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환경적·소극적 선택에 의한 문화마케팅에서 보다 전략적·적극적 선택을 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전체 평균보다 문화마케팅 성과가 낮기 때문에 문화마케팅 성과평가 실시 등 보다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반짝형에 속한 기업들은 주로 예술단체의 요청에 의해 문화마케팅 사업파트너를 선정하고, 기업의 전략적 목표에 맞게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비율이 낮으며 체계적인 성과 평가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문화마케팅 성과도 4개 유형 중 가장 낮았다. 따라서 의무형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문화마케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소극적이고 단편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기업의 전략적 목표 하에 통합적이고 다양한 문화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마케팅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실 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한국메세나협의회 자문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로는 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 기업의 문화마케팅,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CSR) 등이 있다.
 
참고문헌
AFCH & Arthur Anderson(1999), 『Making Arts & Culture Work in Business - The Business Case for Cultural Investment Guide』.
김민주, 김소영, 남정숙, 김우정(2006), 창조경영시대 문화마케팅, 문화관광부, 한국메세나협의회
김소영(2003), 기업 이미지 꽃피우는 문화마케팅,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도시문화복지, 제143권 제5월호
김소영(2006), 21세기형 메세나 ‘문화마케팅’, 문화예술:Korean Culture & Arts Journal,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6년 1월호
김소영(2007),아트마케팅의 현황과 기대효과, 월간미술, 264호
김소영, 권순원, 이연주(2009),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한국콘텐츠학회
김소영, 권순원(2009), 기업 문화경영 효과 연구, 한국메세나협의회
남정숙, 김민주, 김소영, 이병권(2008), 문화기업의 비밀-컬처노믹스 시대의 문화마케팅, 한국메세나협의회.
한국메세나협의회,2007년도 연차보고서.
  • 김소영 김소영 | - 숙명여대 경영학부 부교수
    - 한국 저작권 위원회 위원, 한국 메세나협의회 자문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실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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