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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넥스트 라운드는...

고객이 이젠 단순 구매자 아닌 세상
제품 커뮤니티의 ‘찐팬’이 되게 하라

이승윤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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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 팬데믹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한층 진화하게 만드는 방아쇠가 됐다. 옛날처럼 광범위한 주제로 일단 사람부터 모으고, 여기에 커머스나 경제성 있는 무언가를 가져다 붙이려는 안일한 방식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넥스트 라운드’를 맞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들은 보다 고도화한 전략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산업의 한계를 커뮤니티의 강점으로 극복하거나, 좁고 깊은 주제로 수요층을 정밀하게 타기팅하거나, 로컬 비즈니스와 더 긴밀하게 결합하는 식이다. 성공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참여자의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나 비전이 필요하다. 빠르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만들고, 참가자들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참여감도 줘야 한다. 열성적인 활동을 유도할 정교한 리워드 시스템과 커뮤니티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위기’는 곧 ‘거대한 변화’와 동의어다. 내부에서 기인한 위기든, 외부에서 다가온 충격이든 혁신의 방아쇠가 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위기에 놓인 대상이 이제 막 태동한 업계나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초창기의 미숙함, 호의적인 대우 속에 감춰졌던 안일함 같은 것들이 본격적으로 걷혀 나가기 때문이다. 보통 이럴 때가 업계와 기업의 명운이 달린 지점이기도 하다. 얼마나 기민하고 적절하게 변화하는지가 생존 여부를 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그렇다. 사람이 모여야 뭔가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있어 3년가량이나 유지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엔진을 떼고 자동차를 움직이라는 얘기와 거의 똑같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혹독한 위기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옥석을 가리고 진일보하게 만들었다. 일단 사람부터 어떻게든 모아 놓고 시작하자는 식의 안일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제 발붙이기 힘들어졌다. 더 이상 새로움, 신선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성공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선 참여자 내지 수요자를 보다 정밀하게 타기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커뮤니티가 갖는 본연의 연결성 가치는 물론이고 참여자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베니핏을 설계해야만 한다. 확고한 소속감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참여자가 피로감은 느끼지 않게끔 커뮤니티를 느슨하게 짜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본격적인 ‘넥스트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과거엔 광범위한 취향이나 취미, 선호 기반의 모임이 형성되고 여기에 커머스나 경제성 있는 무언가를 갖다 붙이는 식의 사업이 통했다. 하지만 팬데믹 위기 속에 빛을 발한 것은 앞서 언급한 난제들에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있거나 새롭게 제시한 곳이었다. 커뮤니티성을 통해 기존의 산업에 내재한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한 강점을 획득한 위드피아노나 프사오(F45)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이야말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넥스트 라운드 시대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존의 문법으로 성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들도 보다 좁은 수요층을 집중 공략하고 전문성에 좀 더 날을 세우는 ‘버티컬 커머스’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역 모임의 성격이 강했던 전통적인 로컬 비즈니스는 커뮤니티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은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진화했다. 더욱 정교해진 차세대 커뮤니티 비즈니스들이 우리 눈앞에 속속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더 정교해진 취향 중심 오프라인 커뮤니티

주변을 돌아보면 커뮤니티라는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새롭게 진화하는 비즈니스가 이미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피아노 학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커뮤니티 개념을 도입해 성인 피아노 학원 업계 1위를 차지한 ‘위드피아노’의 얘기다.

위드피아노는 매달 재등록하는 수강생만 평균 5000명에서 6000명 사이이며 누적 피아노 레슨 수는 100만 회가 넘는다. 평범한 피아노 학원을 넘어 그 자체로 브랜드 파워를 다진 막강한 팬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피아노 학원에서 ‘학원’이란 개념을 지우고 피아노를 함께 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지향했다는 데 있다. 기존 피아노 학원의 틀을 깬 커뮤니티 기반의 자유로운 운영 방식 때문에 사업 초엔 싸늘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업계 사람들에게 ‘기본이 없다’거나, ‘피아노는 안 가르치고 친목질을 가르친다’는 식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위드피아노의 운영 방식은 어땠을까.

위드피아노의 수강생이 되면 전국 지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수강생 누구나 공용 라운지에서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원한다면 반려동물과 지인을 데려와도 된다. 심각하게 무언가를 배우러 간다는 부담감을 최대한 내려놓고 친구나 반려동물과 함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피아노를 배운다는 기본 목적에도 집중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초점은 피아노에 흥미를 잃지 않고 오래오래 피아노 치는 행위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었다. 흔히 사람들이 피아노를 배워볼까 하고 학원에 가면 일반적으로 밟아야 하는 레슨 루틴이 있다.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로 넘어가는 순서로 구성된 뻔한 커리큘럼이다. 위드피아노는 이 커리큘럼을 과감히 없애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노래로 피아노를 가르쳐 주는 데 집중한다. 누군가 ‘라라랜드’를 보고 주인공이 멋지게 피아노 치는 모습에 매료돼 위드피아노를 찾으면 영화 OST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는 식이다.

정해진 커리큘럼에 수강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리큘럼이 수강생에게 맞춰준다는 경험을 전달하는 게 위드피아노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동시에 그 경험을 혼자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교류하면서 함께 즐기도록 한다. 즉, 커뮤니티적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수강생과 함께 위드피아노를 찾은 사람들은 커피 한잔과 함께 지인이 치는 피아노를 들을 수 있다. 공간에서 만난 수강생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장려하는 다양한 시스템도 갖췄다. 공용 라운지를 두어 수강생들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간단한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수강생 각자가 연습한 곡을 서로에게 선보이는 연주회도 장려한다. 수강생들이 함께 즐기는 루프톱 파티나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심지어 MT를 가기도 한다. 결국 위드피아노의 성공은 ‘피아노를 배운다’는 행위를 넘어 ‘피아노를 함께 치는 사람들을 연결한 커뮤니티’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하면 좋지만 막상 시간을 내서 꾸준하게 하기 힘든 것이 바로 운동이다. 이 운동하는 행위에 커뮤니티 요소를 접목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 있다. 프사오(F45) 사례다.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등에서 프사오란 해시태그를 단 운동 단체 인증 사진을 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프사오는 경제지 포브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피트니스 프랜차이즈”라고 평가한 곳이다. 호주에서 시작해 70개국에 3000개 이상의 스튜디오가 있는 글로벌 피트니스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크로스핏과 웨이트트레이닝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강도의 운동 프로그램을 이름처럼 ‘45분’ 동안 집중 제공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성인들이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45분간의 운동 프로그램에 매료된 배경엔 커뮤니티의 힘이 있다. 프사오의 운동 장소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대형 헬스장처럼 화려하지도, 크고 다양한 최신 운동 기구들이 즐비하지도 않다. 오히려 지점에 따라선 흔한 러닝머신조차 없는 곳도 있다.

하지만 차별화 요소가 있다. 함께 운동하는 ‘버디’의 존재다. 프사오의 운동 프로그램은 늘 ‘함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옆에 있는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운동을 시작한다. 여러 종류의 운동으로 구성한 ‘서킷’ 트레이닝 방식인데 2~3명이 함께 짝을 이뤄 진행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만 연대 의식을 주는 게 아니라 운동이 끝난 뒤에는 다 같이 모여 ‘라이프 체인지’라는 구호를 외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마무리를 한다. 많은 사람은 이 인증 사진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매일매일의 운동 루틴을 기록하듯이 SNS에 공유하곤 한다. 프사오의 운동은 전 세계 멤버들과 함께할 수도 있다. 그날의 운동 프로그램을 본사에서 지정하고, 전 세계 프사오 회원들이 같은 운동을 하는 경험을 하도록 장려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단순하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프사오로 연결된 전체 집단이 하나의 운동 프로그램을 힘을 합쳐 해 나가는 커뮤니티적 동질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힘든 운동을 동료들과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이다.

개인화, 파편화가 심화하면서 강력한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느끼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이에 같은 공간과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면서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런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들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우리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비단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들에 국한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다양한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들 역시 바로 이 커뮤니티적 속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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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기반 온라인 버티컬 커머스의 진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 단순한 e-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커뮤니티 기반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지점에서 하나의 테마를 정하고, 해당 테마를 버티컬하게(전문적으로) 파고들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해당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이다.

의식주 가운데 ‘주(住)’ 분야에서 커뮤니티 기반 온라인 커머스 산업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곳은 바로 ‘오늘의집’이다. 오늘의집은 2014년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모이는 취향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론칭 후 2년 동안 오늘의집은 자신의 집을 타인에게 자랑하는 ‘랜선 집들이’의 대표 커뮤니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집을 사진 찍어 올리는 커뮤니티가 된 2016년이 돼서야 커뮤니티에 커머스 기능을 본격 접목하며 원스톱 인테리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최근 오늘의집은 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를 실험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2020년 6월 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프라이빗 커뮤니티 ‘오하우스(O! House)’를 론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좀 더 소규모, 프라이빗 멤버들의 교류를 장려하는 커뮤니티다. 멤버는 시즌제로 모집하는데 집을 꾸미는 것과 관련한 주제를 정해서 활동하고 각자의 시선과 감각으로 솔직하게 인테리어 제품들을 리뷰한다. 오하우스는 시즌 1에서 150명의 멤버를 모집한 것을 시작으로 다섯 번째 시즌까지 850명 가까운 멤버를 확보하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밟아 나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오하우스’ 관련 해시태그만 해도 약 20만 건에 이른다. 오늘의집은 오하우스 멤버들이 선정한 다양한 주제를 모아 『171가지의 쉼』이란 책을 만들어 멤버들에게 나눠주는 등 소규모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의(衣)’ 분야에선 ‘무신사(MUSINSA)’가 대표적일 것이다. 조만호 대표가 고등학교 시절 운영했던 프리챌 운동화 동호회가 그 시초였던 만큼 태생 자체가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지금은 2022년 기준으로 거래액 3조4000억 원을 넘어서는, 사실상 한국 패션계의 아마존으로 성장했다. 중요한 사실은 무신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 분야의 최신 트렌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둔다는 점이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골라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 갖는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패션 커머스 채널이 무신사의 현재 위치다. 무신사TV(www.musinsa.com)에 가면 영상 PD와 작가들을 데리고 ‘출근룩’ ‘온스트릿’ 등 다양한 패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시에 그들의 타깃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패션 크리에이터들과 교류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패션 크리에이터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키워 나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무신사에 입점할 경우 상품 홍보 콘텐츠 제작을 돕고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무신사가 주요 파트너가 되게끔 만든다.

‘식(食)’ 분야에서 버티컬 커뮤니티 커머스로 변모하고 있는 곳은 ‘마켓컬리’가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마켓컬리가 초반에 성공한 원동력은 강력한 유통 혁신에 있었다. 밤 11시 전에 손안에 스마트폰을 통해 구매 버튼을 누르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문 앞에 신선 제품을 배달해 주는 ‘샛별 배송’이다. 문제는 이제 쿠팡 등 다양한 경쟁자도 새벽 배송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 온라인 택배 배송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 배송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켓컬리가 꺼낸 전략이 바로 콘텐츠 기반의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최근 플랫폼 안에서 제품 큐레이션의 배경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켓컬리 임직원들이 직접 출연해서 상품에 대한 정보와 선정 기준을 소개하는 ‘컬리의 TMI (Kurly’s TMI)’라는 영상 콘텐츠다. 단순히 판매 제품의 브랜드 스토리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컬리가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같은 것도 콘텐츠로 만들어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다. ‘먹는 것’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텍스트와 영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먹거리 정보를 마켓컬리를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다. 2022년 9월에는 ‘오프컬리’라는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고객들이 컬리가 소개하는 먹거리를 오감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숫자의 핵심 고객이 모이는 먹거리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이 오프컬리의 지향점이다. 이렇게 먹거리와 관련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사람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류하게 하는 것이 지금 마켓컬리에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결국 오늘의집과 무신사, 마켓컬리가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것은 그들의 플랫폼에 습관처럼 방문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라 하겠다. 옷과 관련된 정보를 그냥 구경하기 위해서는 무신사에, 오늘 뭐 먹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마켓컬리에, 주말에 집 분위기 좀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오늘의집에 별다른 저항감 없이 들러야 비즈니스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커뮤니티의 정의와 유형

지금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과 개인들이 집중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다. 커뮤니티(Community)는 라틴어 코뮤니타스(Communitas)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코뮤니타스는 ‘공동체’ 혹은 ‘공공 정신, 공동체 정신’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커뮤니티는 비슷한 공간과 지역을 공유하는 사회조직체 또는 공통의 특정 관심사나 취향을 공유하는 심리적인 결합성이나 소속감을 가진 집단을 의미한다. 최근 커뮤니티의 가치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보다 세부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유형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어떠한 형태의 커뮤니티 운영 목표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우선 커뮤니티는 그 운영의 주체가 ‘브랜드’ 중심이냐 아니면 ‘고객’ 중심이냐라는 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브랜드 파워가 강할수록 자발적인 팬 커뮤니티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아이모어(iMore)’와 같은 애플(Apple)의 팬 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자발적으로 ‘애플의 다양한 신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기사처럼 만들어 공유하고 애플 제품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토론한다. 팬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인증 커뮤니티들도 존재한다. 테슬라 오너를 중심으로 전 세계 각 지역별로 만들어지는 ‘TOC(Tesla Owner Club)’가 대표적인 ‘기업 인증 공식 팬 커뮤니티’ 유형이라 하겠다. 그 밖에 특정 취향, 혹은 특정한 산업 분야에 꽂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디씨인사이드’ ‘뽐뿌’와 같은 소비자 주도형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기업이 주도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고객 지원 및 소통(Support and Engagement) 활성화를 위해 물건 구매자를 대상으로 기업이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커뮤니티 내에서 제공하며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끔 만드는 정보 중심의 공간이다. 화장품 기업 세포라가 ‘뷰티 인사이더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객이 화장품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정보 형태로 다른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과 소통 활성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제품과 연계한 고객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나이키는 커뮤니티 기능을 탑재한 플랫폼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을 운영한다. 나이키의 다양한 러닝화와 러닝복을 입고 소비자들이 게임을 하듯이 ‘챌린지’를 즐길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협력해 뛰는 보폭에 맞춰서 음악을 큐레이션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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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참여감을 고취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기업 주도형 ‘공동 창조(Co-creation)’ 커뮤니티 유형도 존재한다. 레고가 골수팬들에게 다양한 장난감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올리도록 만든 ‘레고 아이디어스(LEGO IDEAS)’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는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스(My Starbucks Ideas)’도 같은 맥락의 커뮤니티다.

특히 소비자 가운데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수준의 지식을 소유하고 있어 인플루언서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을 커뮤니티로 모으는 작업도 발견할 수 있다. 고급 사용자의 정보를 일반 소비자가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하거나 이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하는 형태의 ‘소비자 전문가 활용형’ 커뮤니티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룰루레몬이 운영하는 ‘룰루레몬 앰배서더’ 커뮤니티를 들 수 있겠다.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운동과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특정 운동 분야의 전문가와 유명인을 뽑아서 구성한 모임이다. 이러한 전문가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주기적으로 룰루레몬의 제품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데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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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치 있는 비전이나 메시지를 구성하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커뮤니티 형성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기업은 ‘브랜드 비전 전달과 브랜드 핵심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경우 타깃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가치를 가진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유형을 ‘미디어형’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은 핵심 브랜드 비전인 ‘우리는 당신이 우리 제품을 통해 신체적으로도(physically) 부스트 업(Boost-up) 되기를 원하지만 정신적(Spiritually)으로도 부스트 업 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이 같은 방식으로 전달한다. 인간이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콘텐츠를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를 통해서 창조해서 끊임없이 알린다. 이러한 콘텐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기업의 비전에 매료되도록 하는 것이 레드불의 최종적인 목표라 하겠다.

이외에도 커뮤니티 자체를 비즈니스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활하게 판매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커뮤니티 그 자체를 공고하게 먼저 만들고, 이를 활성화한 후 여기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가지고 사업 내용 및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패션 분야의 무신사, 주거 분야의 오늘의집이 대표적인 커뮤니티 기반 커머스 유형이라 하겠다.

기업과 개인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지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형태의 커뮤니티를 설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표하는 것에 따라서 누가 주체가 돼야 할지, 어떤 사람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모아야 할지가 달라진다. 목표가 설정됐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을 고려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것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TRIBE’ 법칙들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를 커뮤니티화시키고, 그 안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을 만들어가는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법칙들이 존재한다.

우선 단순한 소비자들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추종하고 싶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와 팬은 다르다. 단순한 소비자는 완벽한 기능을 전달하는 제품의 성능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사랑하고 열정을 보이는 팬은 제품 기능을 뛰어넘는, 가슴 울리는 비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Think Different’, 파타고니아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이라는 비전을 만들고 이 비전에 매료된 사람들을 커뮤니티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커뮤니티(Community)와 시장(Market)은 다르다. 시장은 좋은 물건을 만들어 판매되는 유통망을 만드는 것만으로 활성화될 수 있지만 커뮤니티는 물건을 거래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물건에 대한 가치와 다양한 스토리가 이야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브랜드의 진성 팬은 추종하고 싶은 비전과 철학을 원한다. 이제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만의 팬을 찾아가고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가 정서적으로 교감을 느끼고 싶어 하거나 추종하고 싶어지는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아이코닉한 인물이 필요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정서적 애착심을 만들어내는 계기도 제공해야만 한다.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들이 초반에 빠르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확히 타깃을 설정하고, 이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참여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케아의 경우 오래전부터 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커뮤니티가 존재했다. 2006년 만들어진 ‘이케아 해커스(IKEA Hackers)’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다양한 사람이 이 커뮤니티 플랫폼에 모여서 자신들이 어떤 창의성을 가지고, 어떠한 방식으로 이케아의 가구들을 기발하게 활용하는지를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이케아는 다양한 커뮤니티상에서 소비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실존하는 제품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왔다. 결국 관계라는 것은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서 공고하게 형성된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제품 서비스에 열정 가득한 깊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면 이케아처럼 그들의 비전을 담은 제품을 함께 혁신해 나가고 있다는 참여감을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티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면 다양한 리워드를 설계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시스템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리워드만이 멤버들을 떠나지 않게 하고, 자발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꾸준하게 만들어내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신사는 그들의 커뮤니티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고객들을 ‘구매(얼마만큼 물건을 구매했는가?)’와 ‘커뮤니티 활동(커뮤니티 플랫폼 안에서 게시글을 얼마나 남겼는지, 댓글을 작성했는지 등)’에 기반해서 LV.1의 ‘뉴비’부터 LV.8의 다이아몬드까지 8개의 차별화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커뮤니티 멤버들을 등급화하면서 혜택이 많은 고등급으로 가고 싶게 만들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어떠한 차별적 리워드를 제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리워드 설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특정 대상을 좋아하다 보면 대상과 관련된 가치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특정 브랜드에서 소비자 커뮤니티 내의 팬들을 위해 굿즈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수량에 제한을 가하거나 구매 가능한 기간에 제한을 가하는 형태로 희소성(Scarcity)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브랜드 마니아들이 수집을 하는 이유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수집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수집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과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4년 만에 재출시해 50일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순식간에 1000만 봉 이상이 팔려 나간 ‘포켓몬빵’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한정판 스티커(띠부띠부씰, ‘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SPC삼립이 파는 캐릭터 빵에 같이 포장돼 있는 캐릭터 스티커 시리즈를 의미) 수집 열풍 때문에 각종 판매처에서 품절 대란이 이어졌다.

둘째, 수집할 가치를 굿즈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굿즈는 브랜드 핵심 제품 가치와 관계가 없는 부가적인 기념품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퀄러티가 떨어지는 굿즈를 만들어 팬들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수집해서 오랜 기간 보유하고 싶어야 하고, 진열해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굿즈는 오히려 제품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제품에 애착을 가지는 팬에게도 큰 실망감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굿즈를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전국에 있는 의미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하고 스탬프를 다 모았을 때 특별한 선물을 주는 ‘스타벅스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단순하게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형태를 넘어 팬들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때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굿즈를 받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들이 다양한 굿즈를 획득하고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보여주는 과정에서 상호 교류가 원활히 일어날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맥락(Context)에 따라 커뮤니티 구성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기업들이 커뮤니티를 설계할 때 고려할 것을 축약한 ‘TRIBE (‘부족’ ‘집단’이란 뜻을 가진 영단어)’ 전략 모델을 만들었다.

어떤 커뮤니티 건 핵심 타깃으로 하는 집단이 존재할 것이다. 기업은 그 타깃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서 커뮤니티에 대해서 빠르게 호기심을 가지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타깃 페르소나(Target Persona)를 설정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단순하게 유용한 정보 전달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커뮤니티가 가지는 가치와 비전도 끊임없이 설계해야 한다. 활동 과정에서 수집하고 싶어지는 가치 있는 것들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생길 것이다. 커뮤니티의 핵심 기능은 쌍방향 교류(Interaction)이기에 이 쌍방향 교류가 다양한 형태의 참여감을 제공하는 기회들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쌍방향 교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형태의 리워드 설정을 통해 열심히 활동하는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주는 작업도 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를 만든 사람과 참여자가 함께 이상적인 세계관을 만들어가면서 같이 즐기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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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우리는 커뮤니티에
집중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커뮤니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성장 시대에 커뮤니티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년 4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5%로 예측했다.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내렸다.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버블도 꺼졌다. 고용 시장 역시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 경제도 좋지 못하다.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 중기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는데 이는 199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결국 이런 저성장의 시대에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에 고객들을 ‘록인(Lock-in)’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의 변화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를 꾸준하게 좋아해주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소비자를 단순하게 제품을 구매해 줄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들을 우리의 제품을 정말 사랑하는 ‘찐팬(진정한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찐팬은 ‘관리’라는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팬덤을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들에게 가치 있는 ‘비전’과 매력 있는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끊임없이 기업의 플랫폼에서 놀 수 있도록 다양한 관계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팬덤 형성에 있어서 커뮤니티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단순하게 몇 번의 흥미롭고 매력적인 마케팅 캠페인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진성 팬으로 변화시키기 힘들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모일 수 있는 ‘거리’들이 끊임없이 존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제공되는 커뮤니티가 존재해야만 한다.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변화도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대학내일연구소가 2021년 5월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70% 이상이 특정 커뮤니티에 가입해 있으며 그중 44%가 매일 해당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는 자신이 관심이 가는 분야에 깊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만나거나 비슷한 목적을 가진,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양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 3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이뤄지지만 직접적인 대면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라이브 형태의 강연이나 모임이 진행되기에 다소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시간 소비를 요구하지 않고 노력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형태의 이런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쌓아 나가고 있는 게 어쩌면 지금 MZ세대가 아닐까 한다. 결국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단순하게 기업적 차원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우리 삶의 정체성을 완성해 나가는 데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시장의 소비 혁신 권력인 MZ세대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어떤 커뮤니티에 가입해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이제 광고 목적을 둔 채널을 만들기보다는 이러한 MZ세대들이 꾸준하게 방문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여겨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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