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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인간의 창작 파트너, 챗GPT와 생성형 AI

주제 알려주면 작문, 드로잉, 작곡 척척
‘누구나 크리에이터 시대’ 앞당긴다

박인영 | 365호 (2023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가 대중화되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다시 한번 큰 변혁기를 맞이할 수 있다. 챗GPT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창작 파트너가 돼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생성형 AI 대부분은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복잡한 동작 원리를 몰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친구에게 요청하듯 만들고 싶은 콘텐츠 주제를 문장으로 입력하면 작문과 드로잉, 작곡이 가능하다. 이런 생성형 AI의 편의성과 효율성으로 인해 크리에이터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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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지적 노동을 동반한 많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예술과 콘텐츠 창작 분야의 일자리는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작가, 화가, 사진가, 조각가, 작곡가와 같은 창작 분야 일자리도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콘텐츠 창작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편집 등의 전 과정에서 인간을 보조할 수 있다. 텍스트, 이미지, 목소리 등 다양한 제작 도구가 상용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도구를 조합해 글, 음악, 사진, 일러스트, 웹툰,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챗GPT를 각본과 연출에 활용한 첫 번째 영화 ‘세이프존(The Safe Zone)’이 만들어졌다. 또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로 샘플을 그린 후 크리에이터의 보정과 편집 과정을 거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은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에 올랐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이 소장한 근현대 미술 작품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후 재해석해 시시각각 다른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아트 작품 ‘비(非)지도(Unsupervised)’도 화제를 모았다. 이는 모두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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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콘텐츠들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AI를 활용한 창작 방식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파트너로 AI를 활용해 창작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촉진한다. 둘째,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의 콘텐츠를 생성한다. 셋째, 창작 주제에 맞는 샘플들을 빠르게 제작하는 조수로 활용해 제작 공정과 시간을 단축한다. 여기서 AI가 제작할 콘텐츠에 관한 내용을 입력하고 샘플 결과물을 조합, 편집해 창작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인간의 몫이다. 현재까지 생성형 AI 기술은 콘텐츠 내용에 대한 진위를 판별하지 못하고 편향된 내용도 거를 수 없기에 윤리적 책임 또한 콘텐츠를 만든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에게 있다. 따라서 현재 생성형 AI 기반 창작 소프트웨어 기술과 활용 양상을 살펴보면 AI는 창작 과정의 일부를 보조해 크리에이터의 생산성과 표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챗GPT는 무엇이 다른가

현재 챗GPT 사용자의 대부분은 대학생, 크리에이터, 마케터와 같은 일반 사용자들이다. 지금의 챗GPT 열풍은 앞으로 생성형 AI의 활용 분야가 콘텐츠 창작, 지식 노동, 간단한 웹사이트나 게임 개발, 교육 등 B2C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챗GPT는 사용자와 나눈 앞뒤 대화를 기억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 등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기존의 대화형 AI(Converational AI) 서비스인 애플의 시리(Siri)나 아마존의 알렉사(Alexa) 등은 문맥을 잘 이해하지 못해 헛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이 간단한 질문과 지시에만 활용했다. 반면 자연스럽고 고도화된 답변을 내놓는 챗GPT는 인간과 AI의 ‘대화적 인터페이스’를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대화 능력을 갖춘 AI 콘텐츠 창작 도구는 크리에이터들의 파트너나 팀원이 될 수 있다. 1인 창작자인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주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기획, 발전시키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은 어느 직종보다 챗GPT에 높은 관심을 갖고 콘텐츠 창작에 적극 활용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대화는 생성형 AI의 창의성과 크리에이터의 창의성을 결합하고 강화하는 수단이다. 크리에이터의 개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창의성(Creativity I)과 챗GPT의 빅데이터 학습 능력에서 발현된 창의성(Creativity AI)을 결합시킨다. 챗GPT는 기존에 있는 방대한 콘텐츠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창의성을 모사하고 조합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처럼 자아(self)를 가지고 직접 경험한 세상을 스토리로 풀어낼 순 없다. 반면 인간 크리에이터는 온오프라인 세계를 넘나들며 직접 경험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관점을 콘텐츠에 녹여낼 수 있지만 방대한 규모의 지식과 과거 창작자들이 남긴 미적 스타일을 전부 학습하고 창작할 순 없다. 챗GPT는 이 둘을 보완해 인간의 창의성(Creativity I)과 AI의 창의성(Creativity AI)을 결합하는 ‘AI-powered Creativity’라고 할 수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창작 생태계에 어떤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오고 있을까?

생성형 AI 콘텐츠 활용 사례

1. 블로그

챗GPT가 나오자마자 레딧과 같은 소셜 커뮤니티에서는 몇 분 만에 수십 개 블로그 포스팅을 만드는 챗GPT 이용 팁이 공유됐다. 브랜드명, 주제, 카테고리별 포스팅 제목 리스트, 포스팅별 상세 작문, 포스팅에 사용할 해시태그 등을 챗GPT에 요청해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사이트의 API를 사용해 적절한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챗GPT에서 생성한 내용을 ‘csv’ 파일로 내려받은 후 자동화 툴을 이용해 블로그에 대량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생성형 AI로 생성한 블로그를 대량 포스팅할 경우 저품질 블로그로 판정받아 검색 노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챗GPT는 현재 2021년까지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성하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주제로 블로그 게시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챗GPT로 생성한 글을 곧바로 게시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블로그 시장에서 사용자 검색에 의한 오가닉(organic) 노출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챗GPT로 초안을 만든 뒤 콘텐츠를 차별화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와 관점을 덧붙이고, 다시 챗GPT에 상세하게 요청해 원하는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성형 AI가 내놓는 정보의 진위 판별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블로그 게시물을 작성할 때는 부정확한 내용이나 문장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2. 팟캐스트

생성형 AI로 인해 크리에이터들의 팟캐스트 제작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 제작자가 아니어도 챗GPT로 대본을 만들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애플리케이션(TTS, Text-to-speech)을 활용해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더빙(ClovaDubbing)이나 구글의 텍스트투스피치(Text-to-Speech) 등 문장을 읽어 주는 음성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문 성우나 방송인 없이도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선택해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다. 더브벌스(Dubverse)와 같은 다국어 더빙 AI를 이용하면 팟캐스트를 외국어로 제작해 배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성우가 녹음한 팟캐스트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계음이 아닌 생생한 음성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녹음실이나 장비 없이도 언제나 간편하고 빠르게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 음성 전환(TTS) AI를 찾는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podcast.ai’같이 모든 콘텐츠를 AI로 생성해 방송하는 팟캐스트 플랫폼도 생겼다. podcast.ai는 청취자가 요청한 주제들을 AI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새로운 편성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podcast.ai의 인터뷰 팟캐스트는 실제 사람을 초청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한 수준이다. 인간 크리에이터가 없는 AI 팟캐스트, AI 동영상 플랫폼이 고정 청취자와 팬덤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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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웹툰

웹툰 분야에서는 이미 크리에이터들이 AI를 자동 채색 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1년 네이버웹툰이 출시한 ‘AI 페인터’는 1만5000여 개 작품과 이미지 30만 장을 학습해 사람의 얼굴과 신체, 사물과 배경을 자동으로 구분해 채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웹툰 작가들이 AI 페인터를 사용해 습작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서 툴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웹툰 작가들은 AI페인터로 자동 채색해 수작업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고 직접 리터칭 작업을 거쳐 상업 웹툰을 제작하고 있다. 무협 웹툰을 그리는 고일권 작가는 “습작을 할 때 포토샵 프로그램과 태블릿용 터치펜으로 작업하면 한 컷당 족히 한 시간은 걸렸는데 AI 프로그램을 쓴 이후로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1

웹툰 드로잉 과정을 자동화해주는 생성형 AI 기술도 후속 개발 중이다. 네이버웹툰이 출시한 웹툰미(WebtoonMe)는 셀카 사진이나 숏츠 영상 등을 웹툰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준다. 실제 웹툰 작가들의 리터칭 기법을 모사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손으로 그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국내 스타트업 툰스퀘어가 개발한 ‘투닝(Tooning)’은 크리에이터가 입력한 문장의 감정과 상황을 분석해 간단한 웹툰 장면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투닝은 웹툰미와 마찬가지로 실제 인물 사진을 웹툰 캐릭터처럼 변환해주기도 한다. 아직까지 투닝으로는 한정된 상황만 웹툰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표정이나 헤어스타일 등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해 그림 실력이 부족해도 웹툰을 창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기술들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빠르고 간편하게 웹툰을 창작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 웹툰 제작에 있어 작업량을 현저히 줄여주는 기술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 중인 ‘딥툰(deeptoon)’을 꼽을 수 있다. 딥툰은 작가가 시나리오와 작품 초고 스케치만 입력하면 딥러닝이 나머지 부분을 그리고 작가는 AI 원고를 편집하도록 툴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딥툰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웹툰 제작을 위해 직원 7∼8명을 두고 작업하는 전문 작가들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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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영상과 이미지

챗GPT가 나오자마자 크리에이터들은 텍스트에 맞는 영상 자료 화면을 삽입하는 동영상 AI,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TTS, 챗GPT를 조합해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해외 서비스인 픽토리(Pictory)나 국내의 비디오스튜(VideoStew) 등의 동영상 AI는 텍스트 대본만 있으면 관련 영상을 자동으로 구성해준다. 여기에 클로바더빙(ClovaDubbing)과 같은 TTS 프로그램으로 만든 음성 파일을 넣은 후 자막을 입히면 영상이 완성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생성형 AI로 블로그나 팟캐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영상 제작 과정의 대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일반적인 지식을 읽어주는 무미건조한 음성에 단순한 배경 화면을 입혀 놓은 수준이라 시청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동영상에는 적합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에서 시청자들은 크리에이터의 캐릭터와 개성이 담겨 있거나 소통 혹은 몰입 요소가 있는 동영상을 선호한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는 이미지나 동영상 AI를 조합해 보다 개인화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바타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인 ‘D-ID’를 활용하면 크리에이터의 개인 아바타가 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개인 아바타 이미지와 텍스트만 넣으면 영상이 생성되는데 아바타 이미지는 AI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달리(Dall-e),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이미지 AI 프로그램에 실물 사진을 업로드하고 원하는 아바타 스타일을 문장으로 입력하면 개성이 담긴 아바타 이미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영상에 삽입하는 이미지 역시 기존에는 셔터스톡(Shutterstock)과 같은 스톡 이미지 판매 회사에서 구매했다면 이제는 이미지 AI로 참신한 이미지를 생성해 활용할 수 있다.

동영상 AI를 활용해 영화나 3D 애니메이션과 같이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런웨어(Runway)가 스테이블 디퓨전의 동영상 버전이라고 소개하며 출시한 ‘젠-1(Gen-1)’은 텍스트로 변경 내용을 입력해 기존 동영상의 스타일을 바꾸거나 추상적인 3D 모형을 실제 촬영한 영상처럼 렌더링하는 등의 고품질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젠-1은 데모 영상에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점토 애니메이션으로 바꾸거나 탁자 위에 놓인 책을 도시의 야경으로 바꾸는 등 색다른 기능을 선보였다. 이런 기능을 두고 런웨이의 발렌수엘라 CEO는 “영화 제작사와 VFX(visual effect) 에디터가 편집 작업에 사용하는 다년간의 기술 노하우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들도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향후 크리에이터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록인(Rock-in)하는 요소라는 점을 인지하고 ‘텍스트-투-비디오(text-to-video)’ AI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메타가 출시한 ‘메이크어비디오(Make-a-Video)’와 구글의 ‘페나키(Phenaki)’가 대표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텍스트-투-비디오 AI 서비스가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무분별하게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동영상 AI에 유해한 단어를 포함한 동영상 제작을 요청할 수 없도록 한다 해도 애초에 인터넷에 있는 유해한 영상을 AI가 분석하는 데이터 세트에서 완전히 필터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창작 파트너이자 조력자로 인간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중 하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개인 창작자들이 플랫폼에서 동영상이나 웹툰, 웹소설 등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오디언스에게 전달하고 광고 수입과 구독료, 후원금 등의 형태로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디지털 경제를 뜻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가 대중화되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다시 한번 큰 변혁기를 맞이할 수 있다. 챗GPT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창작 파트너가 돼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생성형 AI 대부분은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복잡한 동작 원리를 몰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친구에게 요청하듯 만들고 싶은 콘텐츠 주제를 문장으로 입력하면 작문과 드로잉, 작곡이 가능하다. 이런 생성형 AI의 편의성과 효율성으로 인해 크리에이터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진입하려는 아마추어 제작자들의 장벽을 해소해준다.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디지털 편집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고 작업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크리에이터는 1인 창작자로 제작에 긴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 일례로 일주일에 몇 편씩 정기적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업로드하려면 기획과 촬영, 편집에 전업으로 매진해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는 데 평균적으로 약 36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2회 영상을 업로드하려면 약 72시간, 주 3회 업로드를 위해서는 약 108시간을 일해야 하는 셈이다. 과도한 제작 시간 탓에 일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번아웃을 호소하기도 한다.

웹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를 원화로 그리고 채색하기 위해서는 전문 작가 수준의 편집 도구를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드로잉과 채색, 편집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져 상당한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고정 구독자와 콘텐츠 팬덤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들은 1인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다.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활동하는 플랫폼을 넘어 IP(지식 재산권)를 활용한 드라마, 예능 등의 2차 저작물을 개발해 OTT에 유통하거나 책을 출판하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 한다. 이런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의 비전을 실현할 인재를 확보해야 하지만 1인 미디어로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번역 등의 업무를 보조해 생산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다. 특히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1인 크리에이터 기업에 효과적이다. 현재 크리에이터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블로그, 팟캐스트, 웹툰, 동영상 등을 제작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AI가 콘텐츠 제작 과정 일부를 자동화하고 빠르게 결과물을 생성하며 생산성을 높인다. 이처럼 효율성이 올라가면 크리에이터들은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만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미 챗GPT의 작문 실력은 유명 작가의 수준만큼 뛰어나고, 이미지 AI는 실사 수준의 사진과 전문 화가 수준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AI의 창작 역량을 등에 업은 크리에이터들은 높은 제작비와 완성도가 요구돼 전문 제작사와 스튜디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전문 콘텐츠 분야까지 넘볼 수 있다. 1인 크리에이터가 지브리 스튜디오나 픽사가 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 AI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과제

생성형 AI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확장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크리에이터가 타인의 콘텐츠를 쉽게 모방해 노력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버는 데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미드저니,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창작은 데이터 세트에 포함된 수백만 개 개체에서 추출한 특징을 기반으로 새로운 샘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 결과물은 기존에 있는 작품 데이터를 섞은 합성물에 불과하다. 또한 생성형 AI를 잘못 사용하면 인기 있는 콘텐츠를 쉽게 도용하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카피 AI’로 쓰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이미지 AI 도구를 활용해 유명 화가 스타일의 아바타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창작자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담은 실제 창작이 아닌 명령어를 입력해 기계적으로 얻은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로린 입숨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편집하는 AI 프로그램인 렌사(Lensa)가 자신의 색깔 조합, 붓 터치, 텍스처, 그림 스타일 등을 동의 없이 베껴 썼다며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도용한 사실에 대해 항의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컴퓨팅과 증강된 지능 학부(School of Computing and Augmented Intelligence)의 서바라오 캄함파티 교수는 “반 고흐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사람들이 그의 스타일로 사진을 만들기 위해 라이선싱 비용을 지급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성형 AI 기업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도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gettyimage)와 같은 디지털 이미지 판매 기업, 유명 화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생성형 AI 프로그램들이 무단으로 가져가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카피 AI 등을 방지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생성형 AI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가 아닌 제공 동의를 받은 콘텐츠만을 활용해야 한다. AI 도구를 사용해 대량 생산된 콘텐츠들은 도용에 의한 어뷰징 콘텐츠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콘텐츠 노출과 광고 수익화를 막아야 한다. 또한 창작자들의 IP를 수익화할 수 있는 산업과 생태계 조성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령, 유료 구독 방식의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경우 데이터 세트로 활용할 콘텐츠 제공을 동의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거나 크레디트를 지급해줄 수 있다. 대형 음반사와 협상해 음악 저작권에 대한 스트리밍 로열티 지급 구조를 만든 스포티파이 사례처럼 콘텐츠 저작권을 소유한 기업, 작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협회 등과 콘텐츠 제공을 협상해 지속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발전을 위해서는 GPT 등 생성형 AI의 기반인 초거대 AI 기술 못지않게 생성형 AI를 콘텐츠 장르별로 전문화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실제 작업하는 환경에 최적화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실질적인 데이터 인풋과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콘텐츠 데이터와 크리에이터들의 노하우를 딥러닝을 통해 학습해 인간의 창작 스타일을 모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성형 AI를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보상으로 크레디트나 토큰을 지급하는 등 크리에이터들의 기여와 IP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 협력한다면 생성형 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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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통해 팬덤을 구축하며 이루는 디지털 경제를 뜻한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 Fire)에 따르면 전 세계 크리에이터는 5000만 명에 달한다. 또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에 따르면 2022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장 규모는 약 1042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2년 전 세계 영화 산업 시장의 추정 규모인 767억 달러보다 크다. 이처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미 상당한 참여자와 시장 규모를 갖춘 거대 경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관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긱 이코노미 초기와 비슷할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그 파급력을 두고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a16z)의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인터넷의 제3의 물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중요한 특징은 평범한 개인이 생산자이자 창업자가 된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 개인이 기존에 없던 새롭고 독특한 콘텐츠와 상품의 ‘생산 주체’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온라인 세계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적극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주축이 돼 탄생한 새로운 경제 체제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기업 주도의 생산 경제에서 평범한 개인으로 권력이 분산, 재편되는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생산자로서의 개인, 즉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경제는 기존 경제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개인(크리에이터)과 개인(팬)의 관계 속에서 콘텐츠와 상품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는 팬을 위한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또한 세분화된 팬들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이 남긴 피드백을 살피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는 점차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며 콘텐츠 이상의 경험과 상품을 팬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이때 필요한 기획, 제작, 판매 등을 크리에이터가 직접 맡으면서 자연스레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창업자가 된다. 이처럼 크리에이터는 창작자일 뿐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로 창출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와 부가가치를 고민하고 재능, 인력, 자본을 과감히 투자하는 기업가에 가깝다.

한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성장하면서 관련 기술과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화 시스템과 크리에이터들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크리에이터들이 초기 자본을 조달하거나 콘텐츠 IP 권한을 증권형으로 판매할 수 있는 토큰 경제 등이 새롭게 개발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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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영 | 사이버한국외대 마케팅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연세대에서 심리학, 경영학 학사와 동 대학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글로벌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했다. 저서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발간 예정)가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사용자 경험이다.

    inyoung.park@c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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