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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자원 부족 심리학'으로 예측한 소비자 키워드6

애국심, ‘편 가르기’, 전통 중시에 담긴 심리학... 불황에는
매력, 힘, 능력 과시 산업에 주목을

김병규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자원 부족의 심리학’은 경기 침체나 불황기에 소비자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예측하는 데 좋은 프리즘 역할을 한다. 이 프리즘을 통해 다가오는 경제적 난국에 소비자들이 취할 행동을 6가지 키워드(뉴 립스틱, 뉴 내셔널리즘, 뉴 럭셔리, 뉴 바바리안, 뉴 커뮤니티, 뉴 모럴)로 정리했다. 앞으로 기업과 브랜드는 짝짓기에 진심인 소비자의 매력도를 높여줄 상품을 기획하고, 국내 및 해외 소비자에게 ‘내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에 과거보다 더 큰 분노를 느끼는 소비자에 대비해 윤리적 수준을 높이고 평판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도 새로운 수요 발생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당분간 침체나 불황을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은행은 2023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1.7%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놨고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컨설팅기업 PwC가 105개국 441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영자의 73%가 향후 12개월간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런 지표들이 모두 기업과 경영자에게는 경기 침체나 불황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말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가장 일반적 경영 전략은 수요 및 매출 하락을 대비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생산, 영업, 마케팅, 자금 조달 비용 등을 최대한 줄이고 운영 및 인력 관리에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이익 감소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방어 전략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최근 고용 규모를 줄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기 침체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어 전략과는 반대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영역에서 투자를 늘림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한다면 경기 침체에도 사업을 성장시키고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경기 침체기에 공격적 전략을 펼치려면 수요가 증가할 영역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경기 침체나 불황기의 소비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PB(Private Brand) 제품이나 저가 상품의 구매가 늘고, 비필수재 소비가 줄며, 전체 소비에서 식음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 침체기에도 이러한 소비 패턴은 반복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저가 제품이나 식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필자는 심리학 이론에 기초해 경기 침체기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주는 변화

사람이 삶을 영위하려면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마련할 수 있는 물건과 돈 등의 자원이 필요하다. 자원이 풍부하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쉽다. 자원이 부족하면 그러기 어렵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자원의 부족이 생존이나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원이 부족하다’는 인식 그 자체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자원 부족의 심리학(Psychology of Resources Scarcity)은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다. 이 학문에서는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주관적이고 상황적인 현상이라고 간주한다. 자신이 실제 가진 자원의 양과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누구든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원 부족의 심리학이 경기 침체나 불황과의 직접적 관련성 없이 지난 수십 년간 심리학에서 연구돼온 배경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연결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 경기 침체와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 사이의 관련성은 자명하다. 경기 침체기에 많은 이에게 실질적 소득 및 자산 감소가 발생하고, 물가 및 금리 상승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주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 혹은 불황을 전망하는 언론 기사 및 온라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도 사람들로 하여금 자원 부족을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즉, 이전에는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개인적, 상황적으로 인식되는 국소적 현상이었다면 경기 침체기에는 모두가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보편적 현상이 된다.

그렇다면 자원 부족의 심리학을 통해 경기 침체기에 발생하는 소비자 행동의 보편적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필자는 이것이 경기 침체기에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자원 부족의 심리학에 근거해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영역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다행히 그간 자원 부족의 심리학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이들 연구에 기반해 경기 침체기에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6가지 새로운 현상을 선정했다. △뉴 립스틱 △뉴 내셔널리즘 △뉴 럭셔리 △뉴 바바리안 △뉴 커뮤니티 △뉴 모럴이다.

1번_립스틱효과


① 뉴 립스틱(New Lipstick)

스몰 럭셔리? 자신의 매력도 높이는 제품 선호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있다. 경기가 하락하면 립스틱이 잘 팔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줄리엣 쇼어가 1998년 발간한 책 『과소비 미국인(The Overspent American)』에서 처음 이 현상의 존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에스티로더의 의장 레오나드 로더가 2001년 9•11 테러 직후와 2008년 금융 위기 때 자사의 립스틱 매출이 크게 늘어났음을 밝히며 립스틱 효과를 언급해 이 표현이 더 유명해졌다.

실제 경기 침체기에 립스틱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 경제 침체기에 립스틱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경제 회복기나 성장기에도 립스틱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립스틱에 국한하지 말고 뷰티 산업 전체로 확장해서 보면 뷰티 산업이 경기 침체에 강하다는 것은 많은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1929년에서 1933년까지의 미국 대공황 시절, 거의 모든 산업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뷰티 제품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기인 1980년대 초와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에도 뷰티 산업, 특히 유럽의 뷰티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 위기로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2009년에도 뷰티 산업만큼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왜 뷰티 산업은 경기 침체에 강할까? 소득 감소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소비자가 기분 전환이나 행복감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 대한 소비를 늘린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즉, 경기 침체기에 스몰 럭셔리 소비 혹은 가심비 높은 소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과 스몰 럭셔리 소비 사이의 상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경기 침체기에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가 늘어난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

파트너나 배우자 찾는 데 자원 집중

자원 부족의 심리학은 경기가 하락할 때 근본적인 심리학적 이유로 뷰티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자원의 부족 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중 특히 진화심리학적 입장을 가진 연구자들은 사람은 자원이 부족해지면 자신의 장기적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가져오는 행동, 특히 배우자나 파트너를 찾는 데 자신이 가진 자원을 집중한다고 본다. 가령 소득 감소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공부로 자신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연애나 결혼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이 자신의 매력도를 높이는 제품에 대한 소비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뷰티 산업이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고자 미네소타대의 마케팅 전공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셔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1 우선 실험에 참가한 여대생들에게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정보, 혹은 경제 상황과 전혀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외적 매력을 가꾸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물었다. 또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고 각각의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경기 침체에 대한 정보를 받은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와 비교해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외적 매력을 가꾸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화장품이나 향수 등 외적 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더 선호했다.

이번 불황에도 립스틱은 뷰티 산업의 희망이 돼줄까? 립스틱은 수많은 뷰티 제품 가운데 한 종류에 불과하다. 또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뷰티 제품은 달라진다. 따라서 단순히 립스틱 매출을 기대하기보다는 뷰티 제품군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또 메이크업 제품뿐만 아니라 기초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람들은 얼굴 화장으로 자신의 외적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매력이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에서 나온다고 여기는 쪽으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초화장품과 데이트 앱에도 주목

자원 부족의 심리학이 립스틱 효과를 맞게 설명했다면 불황에 강한 산업은 뷰티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값비싼 옷을 구입할 것이고, 건강한 몸매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운동에 투자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각자가 자신의 매력도를 좌우한다고 믿는 쪽으로 소비를 늘릴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불황에는 2030세대의 외적 매력과 관련 있는 뷰티, 패션, 피트니스 관련 제품이 두루 높은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파트너나 배우자를 찾는 데 도움 주는 서비스 산업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파트너나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짝짓기 예능 콘텐츠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립스틱 효과는 불황기 스몰 럭셔리 선호 현상이 아니다. 배우자나 파트너를 찾는 것에 대한 관심 증가 및 자신의 매력도를 높이는 소비 증가가 립스틱 효과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황기 소비자 행동을 ‘뉴 립스틱’이라고 부르자. 다가오는 경기 침체기에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뉴 립스틱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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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뉴 내셔널리즘(New Nationalism)

국적 외 다양한 층위에서 소비자의 ‘내집단’ 돼야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편애한다. 심리학은 이를 내집단 편향성(in-group bias)이라고 부른다. 직장에서 자신과 같은 고향이나 학교 출신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업무 평가도 후하게 하는 것은 내집단 편향성 때문이다.

내집단을 결정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국가, 사는 지역, 고향, 출신 학교, 인종, 성별, 나이, 자신이 속한 클럽이나 커뮤니티, 응원하는 스포츠팀 등 집단을 구성하는 기준이라면 뭐든 내집단 편향성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내집단 편향성에는 개인차가 있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도 누구는 내집단 편향성이 강한데 다른 이는 약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차가 두드러지지 않고 모두가 전반적으로 강한 내집단 편향성을 드러내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다.

한 심리학 연구에서 대학생 참가자들에게 4명의 예술 전공 학생에게 10만 달러의 학교 장학금 예산을 배분하라는 과제를 내줬다.2 참가자 대부분은 백인이었고, 장학금 신청자 4명 중 3명은 백인, 나머지 1명은 흑인이었다. 참가자들은 각 신청자가 제출한 작품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뒤 4명에게 각각 얼마를 줄 것인지 결정했다.

참가자의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을 조작하기 위해 연구진은 참가자 절반에게 장학금 예산이 예년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고, 나머지 참가자에게는 예년보다 많은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흑인보다 자신의 내집단인 백인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배분한 것으로 확인됐다.3

이처럼 자원이 부족해지면 내집단을 편애하고 외집단을 차별하려는 경향성이 강해진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자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할 때 사람들은 상대가 내집단인지 외집단인지 구분 자체를 보다 확실하게 하고, 타인을 내집단에 포함시킬 때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가령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백인들은 혼혈인을 백인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향성이 강해진다.4 이러한 연구 결과는 경기 침체기에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또한 정치적, 사회적 편 가르기와 갈등이 커지고, 젠더 및 세대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선망성으로 ‘궈차오 현상’ 극복

비즈니스 영역에서 내집단 편향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애국주의 소비가 심화될 수 있다. 최근 언론에는 중국의 애국 소비를 지칭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중국의 MZ세대가 리닝(Li-Ning)이나 화시즈(华西子)와 같은 자국 브랜드를 적극 소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궈차오 열풍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궈차오 열풍은 중국에서 발생한 특수한 현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MZ세대가 보수화하거나 국수주의적 모습을 보인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불황을 맞아 애국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제조사들은 애국주의 소비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분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국가는 사람들이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숱한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국주의 소비의 본질이 국수주의보다는 내집단 편향성에 있다면, 한국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해외 소비자에게 자신의 내집단으로 인식될 경우 불황기에 오히려 더 큰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해외 소비자에게 내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두 가지 전략 방향이 있다. 하나는 철저한 현지화다. 제조, 유통, 마케팅,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서 철저한 현지화를 이뤄낸다면 해당 국가 소비자에게 내집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선망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중적으로 선망받는 브랜드를 심적으로 가깝게 느끼고 자신과 동일시하고 싶어 한다. 선망성 높은 브랜드가 되면 내집단 편향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에선 한국적 디자인을, 중국에선 중국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이 두 가지 전략이 모두 녹아 있는 노력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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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브랜드 헤리티지 내세워야

국내 소비자에 대한 전략적 대응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애국주의적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면 한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선택하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브랜드끼리의 경쟁만 해도 이미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소비자에게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로 인식돼야 한다.

바로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브랜드의 역사다. 자신의 브랜드가 한국에서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의 발전과 함께해온 브랜드라는 점, 즉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heritage, 유산)를 강조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의 역사를 한국의 역사로 인식하고 해당 브랜드를 한국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광고에서 1932년부터 시작된 기업의 역사를 강조하고, 현대자동차가 자사의 첫 모델인 포니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애국 소비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과거와는 다르게 애국 소비 현상이 글로벌하게 발생할 수 있다. 각 기업은 한국과 해외 양쪽 시장 모두에서 소비자의 내집단이 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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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뉴 럭셔리(New Luxury)

가치 높은 제품을 보유한다는 ‘능력 과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 중 하나는 럭셔리 산업이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산업이 장기적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럭셔리 산업만큼은 V자의 빠른 반등에 성공했다. 또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향후 몇 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럭셔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이유로는 MZ세대의 시장 유입이 꼽힌다. 과거 주로 중장년층이 구입하던 럭셔리 제품을 최근 젊은 소비자들이 구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 호텔 등은 MZ세대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자원 부족의 심리학 관점에서 보자면 럭셔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젊은 소비자층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해야 할 집단이 따로 존재한다. 바로 젊은 남성 고객이다.

여성이 럭셔리 산업의 주요 고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해지면 럭셔리 산업에서 남성 고객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남성들이 럭셔리 제품을 보유하는 것이 이성에 대한 자신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파트너나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은 다음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 자신이 파트너에게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불황기에 경제적 자원이나 안정이 필요한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파트너를 선택한다. 그리고 럭셔리 제품은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는 장치라서 럭셔리 제품을 가진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이는 미국에서 진행된 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5 우선 여성 대학생 참가자들에게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정보, 혹은 경제 상황과 전혀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들은 여러 남성의 사진과 이들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성 각각의 매력도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성 참가자 절반은 럭셔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남성(이하 럭셔리남), 나머지는 저가 브랜드를 사용하는 남성(이하 저가남)의 매력도를 평가했다.

실험 결과, 저가남의 매력도 평가에는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정보를 받은 여성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여성 참가자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저가남의 매력도는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반면 럭셔리남의 경우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정보를 받은 여성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 참가자들에 비해 그의 매력도를 훨씬 높게 평가했다. 즉,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럭셔리남의 매력도를 높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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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보다 남성이 ‘경제적 여유’ 드러내길 원해

위와 동일한 연구진이 진행한 다른 실험에서 남성 참가자들은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정보, 혹은 경제 상황과 전혀 관련 없는 정보를 받았다. 그리고 연구진은 남성 참가자들의 구매 욕구를 측정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겐 럭셔리 브랜드 제품이, 나머지에겐 저가 브랜드 제품이 제시됐다. 실험 결과, 저가 브랜드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는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과 상관이 없었다. 반면 럭셔리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할 때 더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것이 경기 침체기에 젊은 남성 소비자 사이에서 럭셔리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다. 파트너나 배우자를 찾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남성에게서만 나타나야 할 이유는 없다. 여성 소비자도 같은 이유로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다만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는 것이 더 좋은 파트너나 배우자를 만나는 데 도움된다고 느끼는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훨씬 높다. 그 때문에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남성 소비자 집단에서 이러한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경기 침체기 남성 소비자의 럭셔리 소비가 초고가의 일부 명품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란 점을 기억하자. 브랜드 그 자체보다는 파트너 혹은 배우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품으로 손꼽히는 대표 브랜드가 아닐지라도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브랜드나 한정판 운동화와 같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제품에서도 남성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뉴 럭셔리’ 현상이다.

3번_남성럭셔리1


④ 뉴 바바리안(New Barbarian)

경쟁심이나 지배 욕구 강한 소비자 공략법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자원을 얻기 위해 남들과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자원 부족이 심하면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원 부족의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자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면 경쟁 심리가 두드러지고, 적대감이 높아지며, 이기적 성향이 강해진다. 심지어 이웃에 대한 반사회적 행위나 범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6 이러한 우울한 전망 속에도 비즈니스는 사업의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경쟁 심리와 적대감이 강한 시대에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사람과 동물이 위협을 느낄 때 하는 행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물학 연구에 따르면 동물은 위협을 느끼거나 싸움을 할 때 자신을 강하게 보이게끔 하는 행동을 한다. 두 발로 서서 키와 덩치가 크게 보이게 하고, 날카롭고 우렁찬 울음소리를 낸다. 복어처럼 배에 바람을 넣어 몸집을 더 크게 만드는 동물도 있다. 사람도 비슷하다. 턱을 높이 치켜든다거나 가슴을 부풀리는 행동을 한다.

이런 사실에 근거해 불황의 시대에는 자신을 강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도움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경쟁 심리나 지배 욕구가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소비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크고 각진 디자인, 피트니스와 건강 보조 식품

디자인 측면에서 사람을 강하게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크기, 각(角), 색상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큰 것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 마케팅 연구는 사람들이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크기가 더 큰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7 가령, 커피를 고를 때 가장 큰 사이즈로 주문하는 것이다. 각이 진 제품도 사람을 강하게 보이게 한다. 곡선형 제품은 부드럽고 섬세하게 느껴지는 반면 각이 진 제품은 강하고 투박하다는 인상을 준다. 색상에서는 빨간색이 강함과 연결된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할 때 이길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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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불황기에는 크기가 크고 각이 진 디자인, 빨간색과 같이 강렬함이 느껴지는 색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남들에게 보이는 제품군, 타인과의 경쟁 심리가 강한 소비자층에서 이러한 소비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몸집을 키워주고 근육량을 높여주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도 예상해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피트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는 신조어도 유행한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피트니스 열풍은 더 강화될 수 있고, 건강 보조 식품에 대한 수요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강한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나 드라마를 대중이 선호할 것이다.

로마제국은 주변의 야만족을 ‘바바리안’이라고 불렀다.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은 바바리안의 삶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점은 여전하다. 강함과 관련된 제품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가올 경기 침체기를 ‘뉴 바바리안의 시대’라고 칭해본다.

⑤ 뉴 커뮤니티(New Community)

취향 아닌 이해에 기반한 집단의 출현

자원이 부족해 경쟁 심리와 적대감이 강해질 때, 사람들이 늘 타인에게 경계적 태도만 드러내는 건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거나 서로 힘을 합쳐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고 느낄 때는 오히려 타인과의 협력 의지가 강해진다. 가뭄으로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부족민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다른 부족에 대해 적대적인지, 아니면 협력적인지를 파악하는 대규모 조사가 실시된 바 있다. 9 자원 부족에 대한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심각한 가뭄이라는 자원 부족 상황에서는 부족 간 갈등과 적대적 행동이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 결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 정도가 비슷한 부족들 사이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의 피해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입는 것은 아니다. 실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득이 조금 줄어든 정도로만 그친 사람도 있고, 소득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전보다 크게 증가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서로를 가깝게 느끼고 유대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공동의 노력으로 피해를 줄일 방법이 있다면 협력할 것이다. 소득이 늘었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도 자원 부족 상황에서 자신의 부를 지키내거나 추가적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 즉,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끼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규모 협력 집단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규모 협력 집단이 구성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황적 유사성과 공동의 목표다. 앞서 살펴봤듯 자원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타인을 내집단으로 인식하는 기준도 까다로워진다. 집단적 협력이 발생하려면 서로가 유사한 상황에 있다고 인식해야 하고, 힘을 합쳐 이루고 싶은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5번_뉴커뮤니티


소규모 오프라인 서비스에 새로운 기회

이러한 협력 집단은 일반적 개념의 커뮤니티와는 다르다.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커뮤니티 구성원은 관심사만 공통될 뿐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각기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다. 자원이 부족해지면 이런 커뮤니티에서는 협력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커지고 속임수가 늘어날 수 있다.

경기 침체기에 등장하는 커뮤니티는 소규모이고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대신 구성원 사이의 유사성과 유대감이 더 강하다. 공동의 목표도 갖췄다. 더 작고, 더 끈끈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보다는 ‘클랜(clan, 혈족)’ 혹은 ‘클럽’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이런 집단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경제적 피해를 공동의 힘으로 타개하려는 집단일 수 있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비슷한 피해를 겪는 사람끼리 모여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집단일 수도 있다. 혹은 부유한 사람들끼리 자원 획득에 유리한 정보를 교환하는 소위 이너서클 형태로도 등장할 수 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기존 커뮤니티보다 더 동질적이고 유대감이 강하기 때문에 ‘뉴 커뮤니티’라고 부를 만하다.

뉴 커뮤니티의 등장은 다양한 소득 수준과 취향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브랜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반면 작은 규모의 오프라인 모임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면 ‘클랜의 시대’에 전에 없던 큰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⑥ 뉴 모럴(New Moral)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에 더 큰 분노

자원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의 윤리 의식과 도덕성도 함께 감소한다. 다른 곳에서 이익을 얻어 자신이 받은 피해를 메꾸는 것을 정당한 행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게 만든 뒤 상금이 걸린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했다. 10 컴퓨터 화면에 20개의 점이 나타나는데 왼쪽에 점이 많으면 왼쪽 버튼, 오른쪽에 점이 많으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은 당연히 정확하게 점의 개수를 센 뒤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런데 게임은 어느 쪽 버튼을 누르는가에 따라 상금이 달랐다. 왼쪽 버튼을 누르면 0.5센트,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5센트를 줬다. 게임은 100회 반복됐다. 실험 결과,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오른쪽 버튼을 더 많이 누르고 더 많은 상금을 챙겼다.

이 실험은 경제적 상황이 도덕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사람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낮춘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경제적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비윤리적으로 행동을 한다. 임금이 줄어들 때 직장 내 물품 도난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1 줄어든 임금을 회사 물건을 훔쳐서 만회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에서도 직장 비품을 모아 중고 거래 앱에서 판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약자와 피해자의 비윤리에는 너그러워

그런데 흥미롭게도 다른 사람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는 대상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연구들에 따르면 자신과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는 낮은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 이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최근 직장을 잃은 사람은 역시 직장을 잃고 상점에서 물건을 훔친 사람에 대해 관대해진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과 다른 처지의 사람이 비윤리적 행위를 하면 이들에게 전보다 더 분노하고 더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기업의 윤리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여전히 큰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비윤리적 모습을 보이면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해당 기업에 보복하기 위해 불매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반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회사의 구성원과 고객, 사회와 이익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기업에는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따라서 불황이 깊어질수록 기업은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기업의 매출이 그렇지 않은 기업의 매출보다 크게 높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업의 윤리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불황기 최고의 경영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까지의 도덕 수준보다 더 높은 도덕 수준이 요구되는 ‘뉴 모럴’의 시대가 오고 있다.

트렌드 분석 아닌 예측이 필요한 때

지금까지 자원 부족의 심리학에 근거해서 경기 침체기에 나타날 6가지 소비 현상에 대해 살펴봤다. 이 6가지 현상은 트렌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하자. 트렌드는 현재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트렌드는 이미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대한 연구는 틀릴 수 없다. 또 트렌드 연구의 가치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얼마나 쉽고 간결하게 요약해주는가로 결정된다.

반면 전망은 아직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 초기에 있는 현상을 이론과 데이터에 근거해 예측하는 것이다. 따라서 틀릴 수도 있다. 가령 이번 경기 침체가 예상과 달리 심하지 않거나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많은 사람이 자신이 자원이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이 6가지 현상은 발현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사회 전반에 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넓게 퍼지더라도 기존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은 요인이 강하게 작용해 현상 발생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이미 발생한 현상, 즉 트렌드에 기초한 경영은 작은 이익만 가져다주지만 예측에 기반한 경영은 성공했을 때 이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를 전망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자신의 예측력을 높일 수도 있다.

자원 부족의 심리학에 근거한 경기 침체기의 소비 전망 외 다양한 이론과 데이터로 다가올 미래를 적극 예측해보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이끄는 주역은 미래를 예측하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낸 사람 혹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 김병규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병규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USC마셜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 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와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kyu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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